[독립문에서] ‘김치월드컵’이 열린다면 …

입력 : 2021-02-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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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하면 으레 축구를 떠올리게 된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4년마다 개최하는 월드컵 대회가 개최국과 참가국은 물론 지구촌 전반에 경제·사회적으로 상당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따라서 월드컵에 참가한 모든 나라는 예선을 거쳐 본선 진출을 확정한 자체만으로도 국가적인 경사로 여긴다. 본선 진출 확정일을 국경일로 지정한 나라도 있을 정도다.

이런 월드컵 대회에 영국은 잉글랜드·스코틀랜드·북아일랜드·웨일스 등 4개 팀이나 출전한다. 나라별로 1개의 대표팀만 출전하는 게 원칙인데, 영국만은 예외다. FIFA가 축구 종주국인 영국을 극진히 예우한 데 따른 결과다.

김치도 축구처럼 월드컵 대회가 생겨 국가별로 기량을 겨룬다고 가정해보자. 영국이 축구 종주국인 것처럼 우리나라도 김치 종주국인데, 경기·충청·경상·전라도 팀 등 여러 팀이 나갈 수 있을까. 대회 참가국들이 우리나라를 김치 종주국으로 특별히 예우해준다면 가능할 수도 있겠지만, 안타깝게도 부정적인 견해가 앞선다.

우선 우리나라가 김치 종주국이란 점에 대해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도록 깔끔하게 주변 정리를 못한 게 문제다. 우리 김치는 2001년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로부터 국제표준으로 인정받았다. 영문 표기도 ‘Kimchi’로 정해졌다.

당시 일본은 절임채소인 ‘아사즈케’를 앞세워 김치 종주국 주장을 펼쳤는데, 이런 주장은 근거가 없다며 국제기구가 유권해석을 내린 셈이다.

하지만 일본과 중국의 ‘김치도발’은 계속됐다. 최근 중국 관영매체 <환구시보>는 “절임채소 ‘파오차이’가 국제표준화기구(ISO)로부터 국제표준 인가를 받았다”며 중국이 김치 종주국이라는 주장을 폈다. 이와 관련해 일본의 한 언론도 “김치는 파오차이의 파생형”이라고 중국을 편드는 뉴스를 내보낸 바 있다. 여기에다 세계 최대의 포털사이트인 ‘구글’은 최근 김치의 원조가 중국이라고 안내하다 국내 네티즌들의 항의를 받고 수정하기도 했다.

일본과 중국의 이런 행위는 우리 스스로 빌미를 제공한 탓이라 해도 틀린 말이 아닐 것이다. 김치에 대한 우리 정부의 관리 상황만 봐도 너무 느슨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김치의 헌법 격인 김치산업진흥법은 CODEX 유권해석이 나오고 무려 10년이 지난 2011년 7월에야 제정됐다. 김치 종주국으로서의 위상 정립을 위한다는 김치산업진흥 종합계획은 다시 7년이 더 흐른 2018년에야 발표됐다. 그 흔한 국가기념일조차 김치에 대해선 지정하지 않다가 지난해 11월22일에야 제1회 김치의 날 행사를 갖게 됐다.

김치 무역 현황은 더욱 충격적이다. 관세청 통계를 보면 지난해 우리나라는 3만9748t의 김치를 수출했다. 반면 수입량은 수출량보다 무려 7배나 많은 28만1186t이나 된다. 금액으로 봐도 수입액(1억5243만달러)이 수출액을 앞섰다.

문제는 김치의 수출액보다 수입액이 더 많은 무역적자가 지난해에만 있었던 게 아니라 2010년부터 11년 연속 이어졌다는 점이다. 우리가 수입한 김치 거의 전량은 놀랍게도 중국산이었다.

자라나는 세대에게 올바른 김치 식습관을 길러주지 못한 것도 뼈저린 반성이 필요한 대목이다. 김치보다 치킨무와 단무지를 선호하는 초·중·고교생들이 늘고 있다는 일선 교사들의 말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게다가 개념 없는 여성을 비하하는 비속어로 하필 ‘김치녀’가 청소년들 사이에 널리 통용되는 현실은 서글픔마저 들게 한다.

호시탐탐 김치도발 기회를 엿보는 일본과 중국만 쾌재를 부르게 하고 있다. 이러다 진짜 김치월드컵이 열린다면 우리가 종주국 예우를 받기는커녕 국제적으로 망신만 당하는 것 아닌가 하는 염려가 밀려온다.

김광동 (취재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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