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문에서] 아직도 중년 자식 걱정인 팔순 노모

입력 : 2020-10-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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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상가(喪家)에 다녀왔다. 계절이 바뀌고 날씨가 쌀쌀해지면서 부고(訃告)를 알리는 문자나 전화가 자주 온다. 얼마 전에는 어머니께서 지병을 오래 앓으셔서 병상에 계신 모습이 익숙해 일상으로 생각했는데 갑자기 돌아가셨다고 황망해하는 친구도 만났다.

요즘 친구들과 소식을 주고받을 때마다 빠지지 않는 게 서로의 부모님 안부다. 이젠 부모님 모두 돌아가시거나 한분만 계시고, 오랜 기간 병을 앓아 요양원에 모시는 친구가 많다. 어느덧 부모님을 떠나보내드려야 하는 시기가 가까워오는 나이다.

친정어머니는 파킨슨병을 앓고 계신다. 오랜 기간 딸네 살림을 맡아 하며 손자 손녀를 키우느라 항상 바쁘셨는데 홀가분하다 싶을 때에 파킨슨병 확진을 받으셨다. 처음 의사로부터 약을 처방받아 복용하시고선 이 정도라면 전혀 불편하지 않다며 병을 이겨내겠다는 의지를 보이셨다. 자식들에게 부담될까 싶어 약도 열심히 드시고 운동도 하루도 거르지 않으셨다. 약 기운에 힘이 날 때면 직장 다니는 딸의 집안일을 조금이라도 덜어주려고 살림도 해주셨다.

하지만 10년 세월이 지나면서 이제 거동이 마음대로 되지 않으신다. 집 안에서도 보행기에 의지해야 움직일 수 있을 만큼 증세가 악화됐다. 밤새 주무시고 아침에 일어나실 때는 한시간을 씨름해야 근육이 풀어질 만큼 힘이 드신다. 상황이 이런데도 아침에 출근하는 딸을 배웅하겠다며 딸보다 더 서두르는 모습이다. 보행기를 끌고 다니는 지금도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지내보겠다고 힘을 쏟고 있다. 오로지 자식들에게 짐을 지우지 않겠다는 마음 하나다.

친정어머니가 바깥출입을 마음대로 할 수 없게 되고보니 조금이라도 더 건강하실 때에 추억으로 남을 일들을 많이 못 챙겨드린 게 아쉽다.

얼마 전 경북 봉화군보건소에서 상운면 가곡1리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오늘 내 생애 가장 젊은 날’이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해 어르신들이 가장 젊은 날을 아름답게 기억하는 모습으로 분장한 사진을 촬영했다는 기사를 보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집에만 계시다가 촬영을 위해 미장원에 가고 화장도 곱게 하니 무척 즐겁다는 할머니의 말이 사진 속 표정에서도읽혔다.

나이 드신 친정어머니와 함께 살다보니 노인들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행사나 사업은 아무리 소소해도 눈길이 간다. 하물며 농촌에 부모님을 두고 도시에 나와 살며 걱정하는 자식들이라면 그 마음이 더할 게다. 현장에 취재하러 다니면서 농촌 어르신들을 위해 다양한 봉사를 하는 농협과 지방자치단체를 만났었다. 그때는 몰랐지만 사소한 일 하나도 어르신들에게는 정말 고마운 일이었음을 뒤늦게 깨닫는다.

친정어머니는 파킨슨병을 앓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새로운 증상이 나타나고, 그 증상에 익숙해질 즈음이면 또 다른 증상이 나타난다. 석달에 한번 병원을 찾는데 갈 때마다 새로운 약이 늘어난다. 그러면서 기자 또한 할 일이 많아지고 챙겨야 하는 사항들이 하나둘 늘어난다. 친정어머니와 온종일 같이 지내는 휴일이면 오히려 더 지치기도 한다. 그럴 때면 항상 떠올리는 글이 있다. 몇년 전 <농민신문>에 쓴 후배 기자의 글이다. 얼마나 마음에 와닿았던지 힘들 때마다 스스로에게 주문 걸듯 되뇌곤 한다. 강아지 한마리와 함께 느릿느릿 과수원을 걷고 있는 등 굽은 어머님의 사진과 함께 실렸었다.

‘영원히 머무를 줄 알았던 당신이 사실은 가고 있었다는 것을 당신이 없는 지금에서야 깨닫습니다.’

거동이 불편해 당신 몸 움직이기도 어려운 팔순이 훨씬 넘은 어머니는 지금도 딸이 아플까 걱정하고, 중년의 딸은 하루가 다르게 힘들어지는 어머니의 모습이 한편으로는 서럽다.

이인아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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