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문에서] 익숙한 것들의 소중함

입력 : 2020-08-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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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는 잃고 난 후에야 소중함을 알게 되는지, 곁에 있어 당연하게 느낀….’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처음 들어본 노래의 가사에 자연스레 고개가 끄덕여졌다. 요즘 흔하고 일상적이어서 소중함을 몰랐던 것들의 소중함에 대해 조금씩 감사함을 배워가고 있었기 때문일 게다.

레인 블루(Rain Blue)? 또 하나의 낯선 용어가 등장했다. 무지(?)하다는 이야기를 듣지 않으려면 알아둬야 할 것이 추가됐다. ‘레인 블루’란 비로 인해 생기는 우울증이라고 한다. 비가 계속 내리는 장마철에는 햇빛을 구경하기 힘들고 습한 날씨가 이어져 피로감이 생기면 우울증 위험이 높아진다고 한다. 무려 54일이라는 역대 최장 기간의 장마라는 기록이 만들어진 올해는 매일 머리 위에 얹고 생활하면서도 존재 자체를 잊고 지내던 ‘해’가 소중한 ‘해님’으로 각인됐다. 해님을 여러 날 동안 보지 못하면 ‘마음의 병’이 생긴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보다 앞서 익힌 신조어는 ‘코로나 블루(우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면서 느끼는 우울감이나 무기력증을 뜻한다. 여행을 하거나 친구를 만나는 등 평소에는 너무나 일상적이었던 활동에 제약을 받으면 코로나 블루를 경험하게 된다는 것이다.

실제 한 조사에 따르면 국내 성인의 절반 이상이 코로나 블루를 겪었고, 여기에 장마까지 길어지면서 우울증 상담 건수가 예년에 비해 큰 폭으로 증가했다고 한다. 바로 우리 곁에 있어서 잊고 살았던 익숙한 것들의 소중함을 다시 깨우치게 됐다.

아직도 진행 중인 ‘코로나19’가 일깨워준 것은 또 있다. 그동안 홀대받던 우리 농업의 중요성과 가치다. 지금까지 식량위기는 이상기후로 인한 흉작이나 무역전쟁 등으로 발생할 것이라는 생각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이는 보기 좋게 빗나갔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감염병의 전세계적 확산으로 각국의 국경이 폐쇄되면서 곡물 수출입에 빗장이 걸렸다. 자국의 식량안보를 위해 농산물 수출을 금지하거나 규제하는 국가가 줄을 이었다. 돈을 주고도 필요한 식량을 구입하기 힘들어질 수 있다는 이야기가 현실이 된 것. 결코 자유무역이 만능열쇠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바로 얼마 전이지만 우리는 마스크를 사기 위해 일주일에 한번씩 약국 앞에 줄을 서야 했다. 하지만 짧은 기간에 공장을 증설하고 생산량을 늘려 마스크는 이제 아무 때나 구입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이는 농산물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이야기다. 뚝딱하면 만들어지는 상품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료용을 제외한 식량자급률이 46%에 불과한 우리나라의 경우 코로나19 여파로 식량안보가 간만에 주요 관심사로 떠올랐다. 우리 국민의 먹거리를 생산하는 것이 바로 농업이다. 하지만 이런 농업이 여전히 홀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위축을 타개하기 위해 사상 처음으로 세차례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했다. 아울러 2025년까지 160조원을 투입하는 ‘한국판 뉴딜’ 계획도 마련했다. 하지만 농업분야는 거의 포함되지 않아 농민들의 원성이 높다.

홀대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내년도 농업예산도 ‘쥐꼬리’만큼 증가에 그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코로나19로 우리 농업과 농촌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시점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계속되는 홀대에도 우리 농민은 항상 제자리에서 묵묵히 생산에 힘을 쏟고 있다. 농민과 농업계가 ‘마음의 병’을 앓지 않도록 농업분야에 대한 홀대의 사슬을 이젠 끊어야 할 때다.

김은암 (취재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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