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임계점 다다른 농가소득 양극화

입력 : 2020-03-06 00:00


농업·농촌·농민 문제는 어느 하나로 특정할 수 없을 정도로 켜켜이 쌓여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심각한 문제는 ‘소득’이다. 농민들의 삶은 항상 힘겨웠지만, 상대적인 빈곤은 과거 어느 때보다 심각하다. ‘더는 버티기 어렵다’는 농민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데도 누구 하나 귀 기울여 듣지 않는다. 선거에 유독 민감한 정치인들에겐 전체 국민의 고작 4%인 농가인구가 더는 관심의 대상이 아닐지도 모른다. 오히려 눈에 띄게 늘어난 농가소득 ‘지표’에 사회적인 관심이 쏠리는 분위기다. 농민들의 주머니 사정은 정말 나아졌을까?

통계청에 따르면 2018년 전국 평균 농가소득은 4207만원이다. 농가소득 3000만원시대가 13년간 이어지다 드디어 4000만원시대가 열렸다. 4207만원은 도시근로자 가구소득의 65%에 불과하지만, 그리 적은 연봉은 아니다. 농가소득 4000만원시대 진입은 도시민, 특히 청년들의 농촌 유입을 촉진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이에 더해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올해 농가소득이 4500만원에 육박할 것이란 전망까지 내놨다.

그러나 수치에 매몰돼서는 안된다. 자칫 ‘평균의 함정’에 빠질 수 있다. 억대의 고소득을 올리는 농가가 있는 반면 저소득의 그늘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절대다수의 농가가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2018년 소득 상위 20% 농가의 평균 소득은 1억309만원으로 사상 처음 1억원을 돌파했다. 반면 하위 20% 농가의 평균 소득은 928만원에 그쳤다. 928만원은 최근 4년(2015~2018년) 중 최저치다. 잘사는 상위 20% 농가와 못사는 하위 20% 농가의 격차가 11배 넘게 벌어진 것이다. 10년 전인 2008년 이 격차는 8.6배였고, 2018년 도시가구 상·하위 20%의 소득격차는 5.5배에 불과했다. 농가소득 양극화가 극단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통계를 좀더 깊게 살펴보면 심각성을 알 수 있다. 2018년 한해 1000만원도 벌지 못한 농가는 전체의 9.4%나 됐다. 10가구 중 1가구는 1000만원도 안되는 소득으로 1년을 버텨야 하는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정부가 주는 기초연금·직불금 등 각종 보조금이 포함돼 있다.

우리 사회는 중산층이 붕괴되고 부익부(富益富) 빈익빈(貧益貧) 현상이 심화되고 있음을 걱정하고 있다. 이런 소득 양극화가 가장 심한 곳이 농촌이다. 억대 고소득 농가가 자랑스럽기는 하나 이를 너무 부각하면 대다수 농가의 팍팍한 삶이 정책의 사각지대에 묻힐 수 있다. 빈부격차문제는 오래전부터 있어왔고, 이에 대한 해법이 간단치 않음을 잘 안다. ‘소득주도성장’을 강조하는 문재인정부가 들어선 이후에도 농가소득 양극화는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

농업을 둘러싼 여건은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영세한 농지규모, 급속한 고령화 등 농업·농촌의 구조적·사회적 문제에 더해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인한 관세 인하·철폐가 빨라지고 있다. 시장개방 확대는 농가경제가 감당해야 할 부담이 그만큼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과정에서 영세농가들은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한편으론 우리 사회가 이들에게 얼마나 관심을 쏟을까.

4·15 총선이 40일 앞으로 다가왔다. 이에 맞춰 각 정당은 ‘기본소득’에 초점을 맞춘 농정공약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미래통합당의 ‘농어업인 연금제’, 정의당의 ‘농민기본소득제’가 대표적이다. 역대 총선에서 제시된 농정공약은 당대의 시대상을 반영한다. 이번 선거에서 기본소득이 화두로 등장한 것은 대다수 농가의 살림살이가 그만큼 어렵다는 것을 방증한다. 각 정당의 공약(公約)이 공약(空約·헛된 약속)으로 변질됐던 전철을 밟지 않기를 기대해본다.

김상영 (농민신문 정경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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