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3번의 가을태풍이 남긴 상처

입력 : 2019-10-25 00:00 수정 : 2019-11-07 13:55


21일 제주농협지역본부에서는 이색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NH농협손해보험 제주총국이 기자들을 상대로 농작물재해보험의 중복가입 제한제도를 설명하는 자리를 가진 것이다.

일반적으로 농민들은 1년에 한번 자신이 키우는 작물을 대상으로 농작물재해보험에 가입하고 한해 농사를 시작한다. 그나마 농가들의 가입률이 낮아 정부와 농협은 매년 가입률을 높이기 위해 많은 애를 쓰고 있다. 이 상황에서 농협손보가 직접 나서 농가들이 농작물재해보험에 중복가입할 수 없는 이유를 설명한 까닭은 무엇일까?

그 배경엔 9월초부터 10월초까지 잇따라 발생한 3번의 태풍이 있다. 자연재해를 당한 농가들은 ‘경작불능 보험’으로 한번 보상을 받고 나면 동일 작목의 경우 보험에 재가입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다 연이은 태풍으로 농가들이 잇따라 태풍피해를 보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한번 보상을 받은 농가가 동일 작목을 심었다 보험가입 거절을 당한 상황에서 또다시 태풍피해를 본 것이다. 제주총국 관계자는 “지금까지 이런 사례가 없었다”며 당혹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국내 최대 배추 주산지인 전남 해남도 마찬가지다. 3개의 태풍이 지나간 자리엔 뿌리째 뽑힌 배추만 나뒹굴었다. 농가들은 “첫번째, 두번째 태풍까지 견뎠던 배추가 세번째까지는 도저히 버틸 수 없었는지 그대로 주저앉았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쌀은 어떤가? 바람을 몰고 왔던 첫번째와 두번째 태풍에 쓰러졌던 벼들이 폭우를 동반한 세번째 태풍엔 아예 물에 잠겨버렸다. 3번의 가을태풍은 논을 새파랗게 만들었다. 쓰러진 벼에서 싹이 나는 수발아현상이 일어나서다.

3번의 가을태풍은 농촌에 많은 상처를 남겼다. 수많은 농작물이 피해를 봤고 농민들은 생계걱정에 밤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가을에 3개의 태풍이 잇따라 발생한 것은 드문 일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1904년 이후 처음이다. 올해에만 우리나라에 영향을 준 태풍이 7개나 된다. 관측사상 가장 많은 태풍이 온 것이다.

태풍이 잦은 이유는 지구온난화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바닷물의 온도가 높아졌는데 이것이 태풍의 발생 횟수와 강도에 영향을 미쳤다고 기상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태풍이 발생하는 필리핀 해상의 수온은 가을이 다가올수록 떨어진다. 하지만 올해는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다.

문제는 지구온난화가 현재진행형이라는 것이다. 이는 태풍 등 자연재해가 앞으로 더 많이 더 자주 발생할 것이라는 의미다.

이처럼 이상기온으로 인해 자연재해의 강도가 갈수록 세지고 그 피해도 커지고 있지만 우리의 자연재해 보상정책은 현실을 뒤따라가지 못하는 모양새다. 피해 지원을 놓고 정부와 농민간의 엇박자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피해농가들은 재해가 발생할 때마다 정부의 재해복구비 지원이 지속가능한 농업보장과 농가생존권 확보에 한참 모자란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그 강도는 재해의 강도와 비례해 세지고 있다.

농가들의 반발은 특별재난지역 선포 때 농작물 피해면적만 산정되고, 앞서 예로 든 농작물재해보험처럼 잇따른 재해로 같은 피해를 봤더라도 중복 지원이 안되고 있는 불합리한 현실 때문에 비롯됐을 것이다.

이에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자연재해 관련 지원대책이 한층 강화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갈수록 거세지고 있는 자연재해에 대비해 피해농가들이 재기할 수 있는 현실성 있는 대책 마련을 진지하게 고민할 때다.

오영채 (농민신문 전국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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