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쌀 직불제를 바라보는 불편한 시선들

입력 : 2018-05-21 00:00


“쌀 직불제 하나만 제대로 터득해도 한국 농정의 절반쯤은 이해할 수 있을 거예요.”

2006년 2월 출입처를 농림부로 옮겼을 때 양정 담당자가 해준 말이다. 당시 쌀산업은 혼란 그 자체였다. 추곡수매제가 폐지된 2005년 가을 쌀값이 폭락했다. 이듬해 쌀농가에 지급된 직불금은 1조5045억원에 달했다. 농림부 예산이 8조원대였던 시절이다. 쌀 직불제가 없었더라면 농촌이 뒤집혔을 것이란 얘기까지 돌 정도였다.

그로부터 10여년이 흘렀지만, 쌀산업과 양정은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가까이는 2016년에도 쌀값은 폭락했고, 농촌은 들끓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쌀 직불제는 바뀌지 않았고, 직불금으로 2조3277억원이 지급됐다. 그렇지만 쌀 직불제를 바라보는 시선은 10여년 전과 분명 차이가 있다.

우선 국민의 시선이 곱지 않다. 쌀값 보전에 천문학적인 예산이 쓰인다는 불만이 지금은 스스럼없이 나온다. 경제지를 중심으로 쌀 직불제 비판기사가 부쩍 늘어난 이유다.

타작목 재배농가들의 불만도 적지 않다. 우리나라는 직불금의 70~80%를 쌀에 쓴다. 쌀은 고정형에 변동형까지 이중 안전망을 갖췄지만, 밭작물은 고정형 하나뿐인 데다 단가도 낮다. 쥐꼬리만 한 밭작물 직불금에 실망한 농가들은 신청을 포기하기 일쑤다.

쌀농가도 불만이 없지 않다. 쌀값이 폭락한 2016년 쌀농가는 직불금으로 평균 323만원을 받았다. 남들보다 한달치 월급을 더 받은 것 같지만, 여기엔 ‘평균의 함정’이 숨어 있다. 직불금이 면적에 비례하다보니 상위 10% 농가가 직불금의 절반을 가져간다. 전체 쌀농가의 90%는 평균에 미치지 못하는 직불금을 받는 셈이다.

학자들은 쌀 생산을 장려하는 직불제와 쌀 생산을 줄이려는 목적의 생산조정제가 충돌한다는 문제를 제기한다. 쉽게 말해 ‘벼 심으라며 돈 주고, 벼 심지 말라며 돈 주는 게 합당하냐’는 것이다.

결국 정부가 칼을 빼들었다. 기획재정부는 2017년 11월 농림축산식품부에 쌀 직불제 개선을 요구했고, 농식품부는 올 11월까지 연구용역을 통해 개선방안을 도출할 계획이다. 김현수 농식품부 차관은 “연말까지 시안을 만들고, 2020년 예산부터 적용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벌써부터 다양한 해법이 나온다. 직불금 수급조건에 벼 재배의무를 아예 없애자는 의견, 직불금 수령농가에 휴경·전작 의무를 부과하자는 의견, 변동직불제와 자유무역협정(FTA) 피해보전직불제를 ‘가격변동대응직불제’로 통합하자는 의견이 대표적이다.

쌀 직불제의 전면개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작물간 형평성 차원에서 쌀과 밭작물 고정직불제를 가칭 ‘농지직불제’로 통합하고, 가격 불안문제는 수입(收入)보장보험으로 해결하자는 주장이 있다. 지난해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연구했다.

정부가 어느 것을 택하든 저항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쌀 전업농은 기득권을 포기하지 않을 테고, 일부 농민단체는 쌀 직불금을 더 늘리라고 요구한다.

분명한 것은 전체 농업 직불금 파이가 지금보다 대폭 늘지 않고서는 개편이 어려울 것이란 점이다.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식의 개편은 농가 불만만 키우고, 성공하지도 못할 게 틀림없다.

“쌀 직불제 하나만 제대로 바꿔도 한국 농업문제의 절반쯤은 해결할 수 있을 거예요.” 농정당국에 해주고 싶은 말이다.

김상영 (농민신문 정경부 차장기자) supply@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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