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공공의대 설립, 선거용 정책 아닌 농촌 의료공백 메울 ‘해결책’ 되길

입력 : 2018-04-20 00:00 수정 : 2018-04-24 10:55



크게 주목받지 못한 채 조용히 묻혀버린 뉴스가 하나 있다. 바로 ‘공공의료대학’ 설립 문제다. 정부와 여당이 11일 열린 당정회의에서 2022년 개교를 목표로 전북 남원에 공공의대를 세우겠다고 밝힌 것이다. 의사가 부족해 골머리를 앓는 농촌지역의 의료공백이 해소될 수 있을지 농업계의 이목이 쏠렸으나, 일간지 한 귀퉁이를 채운 뉴스 정도로 묻히는 모양새다.

하지만 이 건은 이대로 묻혀서는 안될 아까운 이슈다. 공공의대는 졸업 후 일정 기간 국가나 지역공공의료기관에서 의무적으로 일할 의사를 양성하는 대학이다. 공공의대 학생들은 학비를 정부에서 전액 지원받는 대신 9년 이상 지정된 공공기관에서 근무해야 한다.

응급·외상·감염·분만 등 국민 생명과 안전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필수 의료분야의 인력을 국가가 책임지고 양성하겠다는 게 당정의 판단이다. 공공의대는 최근 폐교한 서남대 의대가 있던 남원에 설립되며, 전체 정원은 옛 서남대 의대 정원인 49명 규모다.

당정은 학비가 전액 무료인 만큼 학생들의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한 방안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교육비를 전액 지원하되 의무복무규정을 마련하고, 이를 어기면 학비를 반납해도 의사면허를 주지 않는 등 안전장치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사실 지역간 의료 불균형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국립중앙의료원 공공보건의료지원센터가 인구 10만명당 의사수를 분석한 자료를 보면 시·군·구별로 40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 2014년 현재 의사가 가장 많은 지역은 대구 중구(1737명)로, 가장 적은 지역인 강원 고성군(46.3명)과 비교해 37.5배 차이가 난다.

고령농·다문화가정 등 사회적 취약계층이 많은 농촌에 보건의료에 대한 욕구가 도시보다 적을 리 없다. 특히 농업은 건설업·광업과 함께 국제노동기구(ILO)가 정한 3대 위험산업으로 분류된다. 상당수 농민들이 허리통증을 비롯해 소위 ‘농부병’이라 불리는 근골격계 질환에 시달리고 있으나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해 병을 키우는 경우도 수두룩하다.

이웃나라 일본은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고자 우리보다 40여년 앞서 움직였다. 농어촌에서 근무할 의사를 양성하고, 이들을 전국에 골고루 배치한다는 목표 아래 1972년 자치의과대학을 설립한 것이다. 자치의과대학은 매년 120여명을 선발해 공공의료에 종사할 의사를 양성하고 있다. 학생들은 졸업 후 지역공공의료기관에서 9년간 의무복무를 하고, 이후에는 자유롭게 일자리를 정할 수 있다. 공공의료에 초점을 둔 교육을 받은 만큼 의무복무 기간이 끝나도 10명 중 7명은 농어촌에서 계속 근무하고 있다고 한다.

일각에서는 공공의대 설립을 두고 6·13 지방선거에 맞춰 지역표심을 끌기 위해 내놓은 정책이라는 비판도 있다. 하지만 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농촌주민의 삶을 개선하는 일은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다. 그래서 농업계는 선거용 포퓰리즘 정책이 아닌 농촌의 의료공백 문제를 해결할 진정성 있는 대책으로 공공의대 설립이 추진되길 바라고 있다.

함규원 (농민신문 정경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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