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낯선 세상 따라잡기

입력 : 2020-05-22 00:00


그의 책상에 대여섯개의 택배상자가 놓여 있다. 그가 상자를 하나씩 개봉한다. 내용물은 친구들이 보내준 평범한 생일선물이다. 상자를 여는 순간부터 열심히 설명하는데 제3자 입장에서는 딱히 몰라도 전혀 상관없는 내용이다. 그런데 10여분짜리 해당 유튜브 동영상을 조회한 사람이 수십만명에 달한다. 일명 ‘언박싱(Unboxing)’이다. 이는 ‘상자를 연다’는 뜻으로, 상품의 상자를 여는 과정을 말한다. 남의 포장상자 개봉과정을 재미있다고 지켜보는 세상이다. 50대가 보기에는 요지경이다.

지인의 둘째아들이 유튜브에서 인터넷게임을 하는데 많은 돈을 번다고 한다. 처음엔 프로야구 선수처럼 팀에 몸담고 전문적으로 게임을 하는 프로게이머인 줄 알았다. 살짝 엿보니 여러가지 게임을 하면서 잡담(?)을 나누고 있었다. 방송 구독자수가 수십만명이라고 한다. 고등학교 3학년인 우리 집 막내아들이 그의 이름이 새겨진 팔목 밴드를 친구들에게 나눠 줬더니 정말로 좋아하더란다. 사인 좀 받아달라는 부탁이 줄을 이었단다. 최근에 그가 캐릭터사업까지 시작했는데, 반응이 좋아 그의 형이 이달초 잘 다니고 있던 증권회사를 사직하고 함께 사업을 한다고 한다. 안정된 직장을 그만뒀으니 지인과 큰아들이 한바탕 싸움을 했을 것은 당연하다. 잡담하며 게임하는데 돈을 버는 세상이다.

토요일 아침 7시에 문자가 왔다. 현관 앞에 택배를 두고 갔다는 내용이다. 사진까지 찍어서 보냈다. 전날 저녁 친척이 온라인에서 식품을 구매해 택배로 보냈다는 연락을 받았다. 다음주 월요일에나 도착할 것으로 생각했는데 주문한 바로 다음날 왔다. 새벽 4시쯤 물건을 가져온 택배기사가 잠을 깨울까 봐 상품을 집 앞에 조용히 두고 간 뒤 7시에 문자를 보낸 것이다. 말로만 듣던 ‘새벽배송’이다.

언택트(Untact·비대면)라는 낯선 단어가 등장했다. 아직도 진행형이지만 전세계적으로 500만명이 감염되고 32만여명이 사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이다. 감염을 우려해 사람간 접촉을 피하는 것이 언택트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세계 역사가 코로나19 이전과 이후로 나뉠 것이라고 예측한다. 획기적인 기술이나 기계장치 때문이 아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코로나19가 우리 삶을 바꿔놓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 등으로 지구촌이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우리 정부는 두차례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에 이어 3차 추경을 준비하고 있고, 모든 국민에게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고 있다.

농업분야에 미친 파장과 변화도 만만치 않다. 졸업·입학식은 물론 각종 행사가 취소되면서 화훼농가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상 초유의 개학 연기로 학교급식 납품농가는 판로를 잃었다. 국가간 인력 이동이 어려워지면서 외국인 근로자 유입이 막혀 농촌에서는 일손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마트나 시장 방문이 줄면서 온라인 구매가 큰 폭으로 증가했으며, 앞으로도 비대면 소비는 더욱 활성화할 것이 당연시된다. 아울러 급격한 세계화 속에서 그동안 낡은 구호로 여겨지던 ‘식량안보’의 중요성이 다시 한번 강조되고 있다. 일부 국가가 자국의 식량 확보를 이유로 곡물 수출을 제한하면서다. 세계화가 만능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도시민의 68%가 “코로나19를 계기로 농업과 농촌의 중요성을 절감했다”고 답한 설문 결과도 나왔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우리 국민들의 국산 농식품에 대한 선호도가 증가하는 긍정적 변화도 뒤따랐다.

세상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농업분야도 마찬가지다. 코로나19가 우리 농업에 위기뿐만 아니라 기회도 함께 가져다줬다.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면 변화의 물결 속으로 뛰어들어야 한다.

김은암 (농민신문 취재부국장)

ⓒ 농민신문 & nongmi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독자추천광고

게시판 관리기준?
게시판 관리기준?
비방, 욕설, 광고글이나 허위 또는 저속한 내용 등은 사전 통보 없이 삭제되거나 댓글 작성이 금지될 수 있습니다.
농민신문 및 소셜계정으로 댓글을 작성하세요.
0 /200자 등록하기

기획/연재

많이 본 기사

최신기사

맨 위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