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커피 한잔 대신 장미꽃 한다발

입력 : 2020-04-20 00:00


시작은 프리지어 한송이였다. 3월 중순이었던 것 같다. 점심시간을 이용해 산책길에 나선 후배가 프리지어 한다발을 들고 들어왔다. 꽃집에서 프리지어 한다발을 3000원에 팔더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각종 행사가 취소돼 꽃이 안 팔리면서 화훼농가가 어렵다는 건 알고 있었다. 하지만 생각한 것보다도 꽃값이 싸도 너무 쌌다. 후배가 프리지어를 한송이씩 나눠주기에 종이컵에 담아 책상 한편에 두었다. 한송이라지만 어찌나 향이 강하고 곱던지 보고 또 보았다.

프리지어 한송이만으로 아쉬웠던 마음에 다음날 점심시간을 기다렸다 후배가 알려준 꽃집을 찾았다. 주변에 커피숍이 많아서인지 커피를 마시러 온 사람들이 꽃에 반하고 싼 가격에 놀라며 너도나도 한다발씩 사갔다. 꽃집 주인은 예전 같으면 1만5000원은 했을 꽃다발이 3000원밖에 안된다고 했다. 주변 커피숍의 커피값은 4500원이 기본. 꽃집 주인이 커피 대신 꽃다발 하나 사는 게 좋지 않겠느냐며 웃었다. 눈길 가는 꽃이 많아 한참을 고르다 프리지어와 장미 한다발씩을 샀다.

퇴근해서 들고 갔더니 가족 모두 웬 꽃이냐면서도 반기는 표정이다. 유리병에 꽂아 장미는 거실 탁자에, 프리지어는 식탁에 놓았다. 꽃 하나 놓았을 뿐인데 실내가 달라 보이고 괜히 기분이 좋아졌다.

다음날에도, 그 다음 날도, 시간이 날 때마다 꽃집을 기웃거렸다. 어떤 꽃이 있을까 그냥 궁금했다. 꽃이 시들어갈 즈음 또 꽃을 샀다. 이번에는 장미꽃 두다발이다. 꽃집 주인이 아네모네 한송이를 덤으로 주었다.

졸업식과 입학식 등 각종 행사 취소로 화훼농가가 어려움에 처하자 농림축산식품부와 농업 관련 기관, 지방자치단체, 민간기업 등이 나서 꽃 소비촉진 운동을 펼치고 있다. 꽃을 대량 구매해 나눠주는가 하면 ‘아이스 버킷 챌린지’에 착안해 꽃바구니를 전달하는 ‘플라워 버킷 챌린지’ 캠페인을 이어가는 곳도 있다.

결혼 성수기인 5~6월까지 소비침체가 계속될 분위기를 보이자 농식품부는 대대적인 꽃 소비 활성화 캠페인을 벌이기로 했다. 사회복지시설에 꽃바구니를 지원하고 각급 학교가 개학하면 특수학교 교실에 꽃병 1개씩을 지원한단다. 그동안 농업분야 공공기관 중심으로 추진하던 꽃 소비 운동도 모든 중앙부처와 공기업·지방공기업·지방교육청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화훼농가가 어려울 때 정부 등이 나서 꽃을 대량으로 소비해주는 것은 물론 큰 도움이 된다. 하지만 꽃 소비가 부진해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럴 때마다 나오는 방안 중 하나가 일상에서의 꽃 소비다. 농식품부 또한 근본적인 소비대책의 하나로 그동안 ‘일상 속의 꽃 생활화’를 추진해왔지만 여전히 개인 꽃 소비는 부진하다.

농식품부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연간 꽃 소비액은 2000년 1만3861원에서 2005년 2만870원까지 올랐지만 2018년에는 오히려 1만1888원으로 감소했다. 꽃은 누군가에게 선물하거나 특별한 날에 산다는 인식이 강한 탓이다. 그나마 온라인 쇼핑을 통한 꽃 판매가 인기를 끌고 꽃을 정기구독하는 소비자가 점차 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도 들린다.

꽃이 심신을 안정시키고 스트레스를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다는 건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다. 무엇보다 꽃을 보고 행복하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그러나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했다. 아무리 좋다 한들 직접 경험해보지 않으면 모른다. 누군가 그랬단다. ‘꽃을 한번 산 사람은 계속 사게 된다’고. 프리지어 한송이에 반해 지금은 꽃이 없으면 허전한 ‘꽃순이’가 돼보니 그 말이 무척 와닿는다. 꽃을 사기 위해 꽃집에 들르는 순간부터, 꽃을 고르느라 여러 꽃을 둘러보고, 마음에 드는 꽃을 사 집안에 들이기까지 얼마나 즐거운지.

코로나19로 외출이 자유롭지 않아 집집이 스트레스가 많은 요즘, 집안에 꽃을 들여 마음을 달래보시길. 오늘은 커피 대신 장미꽃 한다발 ! 화훼농가도 돕고 나와 가족을 행복하게 하는 일이다.

이인아 (농민신문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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