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

입력 : 2020-02-07 00:00


“아저씨 아저씨 우체부 아저씨 / 큰 가방 메고서 어디 가세요 / 큰 가방 속에는 편지 편지 들었죠 / 시집간 언니가 내일 온대요.”

중장년층이라면 어린 시절 자주 듣고 불렀을 동요 ‘우체부 아저씨’다. 오토바이를 타고 지나가는 집배원을 봐도 친숙함에 저절로 흥얼거리게 된다. 집배원은 산간오지나 섬마을 주민들에겐 특히 반가운 손님이다. 외딴집까지 찾아와 소식을 전해주고 잠시나마 말벗도 돼주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집배원들의 장시간 노동실태와 사망사고가 이슈화되면서 우편요금에 불똥이 튀었다.

우정사업본부는 “우편물량은 매년 감소하고 있으나 인건비 등 비용은 지속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보편적 우편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제공하기 위해 우편요금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타개책으로 통상우편요금 인상과 감액제도 조정을 거론했다.

결론을 말하자면 우정사업본부는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지난해 5월1일부터 통상우편요금을 한구간당 50원씩 인상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20~30원 올렸던 것에 비하면 파격적이다. 지금 편지 한통을 부친다면 최소 380원짜리 우표를 붙여야 한다.

우정사업본부는 내친김에 신문·잡지 등 정기간행물과 다량우편물에 대한 감액률 축소도 밀어붙였다. 모든 언론사는 지난해 하반기 내내 거세게 반발하고 철회를 요청했다. 감액제도는 1999년 국민의 알 권리 보장, 문화생활 증진 기여 등 국가의 정책적 목적 달성과 우체국의 경영 효율을 증진시킬 목적으로 도입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간절한 요구는 헛된 메아리가 됐고, 당장 3월1일부터 현재보다 2~7%포인트 축소돼 시행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그렇다면 <농민신문> 우편료는 얼마일까? 현재 20~24면을 발행하는 <농민신문>의 1부당 구독료는 500원. 집배원이 가정에 배달해주는 데 드는 우편료는 177.5원이다. 하지만 3월부터는 할인율이 줄어 230원 수준이 된다. 더 기막힌 것은 여러 이유로 배달사고가 나서 독자에게 재발송한다면 1부당 710원이 든다는 점이다. 그야말로 배(구독료)보다 배꼽(우편료)이 더 크다. 우정사업본부가 감액률 조정 카드를 쓴 것은 이번이 세번째다. 적자폭이 2016년 674억원, 2017년 539억원, 2018년 1450억원으로 심화돼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하소연한다.

현재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기관인 우정사업본부는 흔히 우편·우체국예금·우체국보험 등 보편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익기업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자체 수익으로 비용을 충당하는 특별회계 예산으로 구성돼 기업체 성격도 띠고 있다. 그러다보니 이익금이 생기면 국고로 가져가고, 적자가 나면 정부는 모르쇠로 일관한다. 우편사업의 적자 보전을 요금 인상에 기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용성 한서대학교 교수의 조사에 따르면 미국을 비롯해 스위스·노르웨이·스웨덴·프랑스 등도 우정기관이 신문을 우편배달하면서 발생하는 비용이나 적자를 공적기금 등에서 보조하고 있다. 수용자 접근권과 정보복지 차원에서 중요한 지원제도로 평가한다는 것이다.

우정사업본부는 지난해 이미 우편요금을 격년으로 조정하겠다고 예고했다. 나아가 민영화 검토에 대한 여지도 남겼다.

하지만 착한 민영화는 없다고 한다. 이윤 추구를 최고 목표로 삼는 기업이 전국 단일요금으로 보편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공성을 수용할 수 있겠는가. 이참에 ‘언 발에 오줌 누기’ 식의 해결보다 우편사업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쪽으로 근본적인 제도 개선이 이뤄지기를 소망한다. 인천 소이작도에서, 강원 산골에서 <농민신문>이 오기를 손꼽아 기다리는 독자가 있는 한 우편 고유의 역할이나 중요성은 건재할 것이기 때문이다.

신정임 (농민신문 편집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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