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관광 코리아’의 부끄러운 자화상

입력 : 2019-09-04 00:00


피서지에서 생긴 일. 애틋한 사랑을 그린 영화 <피서지에서 생긴 일>을 떠올린다면 오산이다. 여름휴가를 다녀온 많은 사람이 어김없이 쏟아놓는 불쾌한 경험담을 얘기하려는 것이다. 이들의 말을 듣고 나면 똑같은 귀결점에 닿게 된다. 바로 “해외로 나갈 걸…”이다.

실제 지난여름 주요 언론은 거의 매일 국내 유명 관광지의 바가지요금 실태를 고발하는 뉴스를 보도했다. 8월 동해안의 △△시청 홈페이지엔 바가지요금에 당한 피서객이 실명으로 “안티 ○○○ 카페를 만들어서라도 망하도록 하겠다”는 글을 올려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국내 관광지의 바가지요금은 고질병처럼 지속돼왔다. 이에 실망한 많은 사람이 국내보다는 외국관광에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고 항변한다. 심지어 국내여행 비용만으로도 다녀올 외국이 얼마든지 있다는 말이 자연스레 나돌고 있다.

외국여행을 놓고 누가 손가락질을 할 수 있겠는가. 문제는 외국여행에 나서는 사람이 급증하고, 이들이 외국에서 지출하는 돈이 너무 많다는 점이다.

지난 한해 동안 외국여행을 다녀온 국민은 2869만명이나 된다. 전국민의 절반을 훨씬 넘는다. 올해도 상반기 동안만 1500만명(지난해 동기 1431만명)이 외국여행에 나섰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우리나라를 찾은 외국인으로부터 벌어들인 돈보다 우리가 외국에 가서 쓴 돈이 더 많은, 관광수지 적자가 심각해지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관광수지는 2001년부터 지난해까지 18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특히 지난해는 관광수지 적자액이 16조원을 넘었다. 18년 동안 관광수지 적자액을 합하면 무려 119조원 이상이다. 일자리 창출효과가 높은 반도체공장을 6개나 세울 수 있는 천문학적인 돈을 외국에 퍼준 셈이다.

관광이 활성화되면 해당 지역의 숙박·음식업 등이 성장하고 경제가 발전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관광을 ‘굴뚝 없는 공장’이라고도 표현할 정도다.

이 때문에 전세계 거의 모든 국가가 관광자원을 산업화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우리나라도 1960년대초 관광사업진흥법을 제정하고 국제관광공사(현 한국관광공사)를 설립했다. 또 관광분야를 국가 전략산업으로 육성하려는 각종 정책을 꾸준히 펼치고 있다. 그동안 정부 주도의 ‘한국 방문의 해’ 캠페인도 5차례(1961년, 1994년, 2001년, 2010~2012년, 2016~2018년)나 진행했다. 현 정부도 총리 주재의 국가관광전략회의를 신설하고 중장기계획인 관광진흥기본계획(2018~2022년)을 수립하는 등 ‘관광 코리아’ 붐 조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런 노력 결과 우리나라를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수가 2000년 500만명에서 2017년엔 1700만명을 넘어섰다. 올해도 상반기 동안 840만명 이상이 우리나라를 다녀가는 등 외형적으로는 큰 성과를 거둔 듯하다.

그렇지만 관광수지 적자행진이 멈추지 않고 있어 ‘관광 코리아’는 한낱 구호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앞선다.

관광수지 만성적자의 원인을 살펴보면 여러 요소가 있겠지만, 관광지의 빗나간 상혼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이런 것에 불만을 품어 외국행을 택하는 국민이 늘어나는 현실에선 ‘관광 코리아’는 공염불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당장 관광산업 전반에 걸쳐 체질을 바꾸는 범정부적인 대책이 요구된다. 벌어들이는 돈보다 쓰는 돈이 많은 산업을 그대로 방치한다면 나라 경영이 제대로 되겠는가.

일본은 2015년 관광수지를 흑자로 돌린 이후 계속 흑자행진을 이어가고 있다고 한다. 삼천리 금수강산을 자랑하는 우리나라가, 다른 분야도 아닌 관광수지 면에서, 일본에 뒤진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김광동(농민신문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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