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일본의 한국 농산물 수입규제 단단히 대비해야

입력 : 2019-08-02 00:00


우리나라에 대한 일본의 수출규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일본은 7월2일 안보 보장을 이유로 수출 허가신청 면제품목이던 반도체 핵심품목의 한국 수출을 규제하고 나섰다. 한국이 일본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품목만 콕 집어 수출 때마다 일본 당국의 심사와 승인을 거치도록 한 것이다. 

이 갈등은 일본이 2일 열리는 각료회의에서 한국을 수출심사 우대대상인 수출 간소화 대상(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처리할지 여부에 따라 절정을 맞을 듯싶다.

일본 언론은 이와 관련, 일본 경제산업성이 7월1~24일 진행한 의견 공모에서 총 4만건 이상의 의견이 접수됐고 대부분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시키는 것을 찬성했다고 보도했다. 우리 정부 역시 일본이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시킬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판단하고 있다.

일본 정부가 각의에서 개정안을 의결할 경우 21일 후인 8월 하순에는 한국이 화이트리스트 국가에서 공식적으로 제외될 전망이다. 화이트리스트에서 빠지면 군사적 목적으로 전용될 우려가 있다고 판단되는 1100여개 품목은 수출할 때마다 경제산업성의 개별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럴 경우 수출 허가 심사기간이 대폭 늘어나고 수출 불허가도 빈번히 일어날 수 있다.

우리가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는 농산물은 어떨까? 직접적인 규제는 아니더라도 검역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한국 농식품의 수입을 규제할 수는 있을 듯싶다. 아주 세밀하고 촘촘히 한국에 타격을 줄 수 있는 품목을 고르고 있는 일본 정부의 움직임을 볼 때 대일 수출 의존도가 상당히 높은 농식품이 그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우려된다. 7월30일 언론에 보도된 것처럼 일본이 4월 있었던 세계무역기구(WTO) 수산물 분쟁의 보복 차원에서, 최근 한국산 수산물에 대한 검역을 강화한 것은 그 실례라 할 수 있다.

지난해 우리의 품목별 농식품 수출실적을 보면 일본 편중현상은 여전히 심각하다. 백합은 전체 수출량의 99.6%, 파프리카는 99.5%, 토마토는 79.4%, 김치는 57.6%를 일본에 의지했다.

그래서 올 11월 일본에 수출할 파프리카를 파종하려는 농가는 물론이고 화훼·토마토 농가들 역시 불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우리 측에서도 일본의 경제보복에 대비한 세심한 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정부 역시 수출국 다변화와 수출보험지원금 확대 등의 대책을 검토 내지 추진하고 있는 실정이다. 중요한 것은 이 대책들이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우리 정부는 농식품 수출증가라는 외연확대에만 치중한 측면이 많았다.

이명박정부는 ‘한식세계화’를 외치며 2012년까지 100억달러 달성을 내세웠고, 박근혜정부 역시 할랄(Halal·무슬림이 먹고 쓸 수 있도록 허용된 제품)로 2017년까지 100억달러 달성을 제시했다. 하지만 100억달러 달성엔 모두 실패했다.

이번 사태가 우리의 농식품 수출정책을 재점검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반도체업계가 일본의 경제보복을 반도체 소재·부품의 국산화 계기로 삼는 것처럼 농식품 수출도 수출국 다변화 등을 통해 자체 경쟁력을 키워나가야 한다. 그래서 농식품 수출을 외풍에 흔들리지 않는 강한 산업으로 키워야 한다. 농산물 과잉생산 시대에 농산물 수급안정의 대안으로 농식품 수출이 가지는 의미가 갈수록 커지기에 더욱 그렇다.

참고로 기자가 2008년 당시 농림수산식품부에 출입할 때 만난 다른 언론사 기자는 “정부가 2012년 농식품 수출 100억달러를 달성할 때까지 농식품부를 출입하겠다”고 말했다. 그 기자는 아직도 농식품부를 출입하고 있다.

오영채 (농민신문 전국사회부장)

ⓒ 농민신문 & nongmi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게시판 관리기준?
게시판 관리기준?
비방, 욕설, 광고글이나 허위 또는 저속한 내용 등은 사전 통보 없이 삭제되거나 댓글 작성이 금지될 수 있습니다.
농민신문 및 소셜계정으로 댓글을 작성하세요.
0 /200자 등록하기

기획·연재

많이 본 기사

최신기사

맨 위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