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협동조합 100년 상호금융 50년

입력 : 2019-07-10 00:00 수정 : 2019-07-10 00:14


3일 저녁 서울 중구 을지로1가 부림빌딩에서 <한국협동조합운동 100년사> 출판을 기념하는 자리가 조촐하게 마련됐다. ‘더 나은 세상을 꿈꾼 100년 협동의 힘’이라는 주제로 열린 출판기념회에는 이런저런 이유로 협동조합에 연(緣)을 둔 사람들이 함께했다. <한국협동조합운동 100년사>는 일제 치하에서 싹튼 협동조합운동의 이상과 시련, 협동조합 민주화를 위한 저항과 대안까지 한세기에 걸친 협동조합운동을 담아냈다.

발간 책임을 맡은 김성보 연세대학교 교수는 “공동으로 소유하고 민주적으로 운영하는 사업체를 통해 공통의 경제·사회·문화적 필요와 욕구를 충족시키고자 하는 이들이 결성한 자율적 조직 원칙에 맞는 협동조합이 한국에 등장한 것은 1919년 3·1운동이 기점”이라며 협동조합 100년의 의미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1920년 1월 전남 목포에서 출범한 ‘목포소비조합’을 우리나라 소비자 협동조합의 효시로 들었다.

목포소비조합은 지역 젊은 유지들이 물가폭등에 대응, 당시 돈 15만원을 모아 생필품 판매점을 열기 위해 만든 조합이다. 이런 까닭으로 목포소비조합은 세계 협동조합의 효시인 영국 로치데일 ‘공정개척자조합’과 신기할 정도로 닮았다. 1844년 로치데일의 노동자와 목수 등 28명이 자본의 횡포에 대응하기 위해 1인당 1파운드씩 28파운드를 모아 버터와 설탕 등 생필품을 파는 가게를 꾸린 것이 공정개척자조합이다.

그동안 우리는 1927년 1월 경북 상주군 함창면에서 출범한 ‘함창협동조합’을 우리나라 민간주도 협동조합의 출발점으로 여겨왔다. ‘우리 사회의 경제적 토대인 농촌의 피폐가 극도에 달하여 농민생활이 점점 궁핍해감을 통절하게 느낀 면(面)의 유지 전준한 외 십수인이 발기해 협동조합 창립총회를 개최하고…’. 함창농협의 태동을 최초로 알린 1927년 2월18일자 <동아일보> 기사다. 10여명으로 출발한 함창협동조합은 넉달 만에 조합원이 422명으로 늘어나는 등 화제가 되면서 인근 안동과 예천 등지로 전파돼 전국적으로 100여개 협동조합이 설립됐다.

사실 우리 협동조합 역사는 로치데일 공정개척자조합의 ‘운영원칙’이라는 서구식 협동조합 틀을 벗겨 내면 장구한 역사를 자랑한다. 대표적인 것이 상부상조 협동체인 계(契)다. 우리 민족과 역사를 함께해온 계는 조선시대 농촌에서는 수리시설을 위한 제언계(堤堰契)를 비롯해 공동생산 공동분배를 내세운 농계(農契), 농기구의 공동사용을 위한 농구계(農具契) 등으로 발전했다. 산림조합이 뿌리로 삼는 조선시대 송계(松契)의 경우 주민들이 마을 주변이나 선산의 산림을 보호하기 위해 조직한 협동체로 ‘송금절목(松禁節目)’이라는 자치규약까지 두고 운영됐다.

이렇듯 오랜 역사 위에 올해는 농협 상호금융 50년이란 발자취가 더해져 협동조합의 어제와 오늘을 주목게 하고 있다. 이 땅 농민들의 목에 숙명처럼 걸려 있던 ‘고리채’의 멍에를 벗겨주기 위해 꼭 50년 전인 1969년 7월 전국 150개 이동조합에서 예금과 대출 업무를 시작한 것이 상호금융이다.

그런 상호금융이 사업규모 600조원에 달하는 국내 최대의 금융으로 성장했다. 물론 그 과정에 그늘도 없진 않았다. 하지만 자기자본 조달과 사업자금 마련이 구조적으로 어려운 전통모형의 협동조합에 상호금융을 도입, 경제사업과 신용사업 겸영(兼營)이라는 우리만의 ‘종합농협’모델을 창조한 것은 또 하나의 분명한 역사다.

7월 첫째주 토요일인 6일은 올해로 97돌을 맞은 ‘협동조합의 날’이었다. ‘사회적경제’라는 새로운 프레임의 등장으로 생일밥도 제대로 챙겨 먹지 못하는 날이 되고 말았지만 그래도 과거는 미래를 여는 창인 만큼 ‘한국 협동조합 100년, 농협 상호금융 50년’이라는 결코 가볍지 않은 역사의 무게에 잠시나마 주목하는 7월이 됐으면 한다.

한형수 (농민신문 취재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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