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극한직업’을 다시 생각하며

입력 : 2019-06-26 00:00


흥행에 성공한 영화 한편의 파급효과는 대단했다. 올초 개봉해 관람객수 1600만명을 넘긴 <극한직업> 얘기다. 영화 속에서 치킨집 ‘수원왕갈비통닭’이 ‘대박’ 나면서 현실에서도 ‘나비효과’가 나타났다. 더구나 “지금까지 이런 맛은 없었다. 이것은 갈비인가, 통닭인가?” “네, 수원왕갈비통닭입니다!”라는 몇마디 대사는 세간에 유행어로 퍼지더니 실제 경기 수원의 ‘통닭거리’가 확 살아나는 결과를 낳았다.

수원시 팔달구에는 오래전부터 ‘통닭거리’가 있었다. 영화를 계기로 수원왕갈비통닭이 유명해졌고 전국에서 손님들이 몰려들었다. 따라서 통닭집 매출이 크게 오르고 지역경제가 활성화되자 수원시는 영화 제작진에 감사패를 전달하기도 했다. 수원뿐만이 아니었다. 유명 치킨 프랜차이즈들은 앞다퉈 갈비맛을 입힌 새 상품을 내놨고 유명 백화점들도 수원왕갈비통닭을 판매하는 임시매장을 만들 정도였다. 이처럼 수원왕갈비통닭이 뜰 수 있었던 것은 콘텐츠의 힘 때문이라는 견해가 우세하다. 인기 콘텐츠에 등장한 곳을 직접 찾아가고 싶어 하는 대중 심리가 꼬리를 물고 이어진 것이다.

콘텐츠란 학자들마다 정의를 달리하지만 이를 요약한다면 인터넷에서 접할 수 있는 모든 정보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극한직업>은 가벼운 내용으로 대중의 눈길을 끌었고 화제의 장면과 대사가 콘텐츠로 재가공돼 유행처럼 확산됐다.

소비자들이 콘텐츠를 접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스마트폰·모바일·개인용컴퓨터(PC) 등으로 24시간 콘텐츠를 접하는 시대가 이미 열리지 않았던가. 특히 전세계 네티즌들이 올린 동영상 콘텐츠를 무료로 공유하는 사이트인 유튜브는 텔레비전(TV)의 아성까지 무너뜨리는 ‘괴물’ 이상으로 커가고 있어 주목된다. 이 때문에 TV를 통해 방송된 대부분의 프로그램이 다시 유튜브에 콘텐츠로 올라가는 경우가 허다하다. 우리 국민 40%가 뉴스나 시사정보를 유튜브에서 시청한다는 조사 결과는 이를 방증해준다.

유튜브 시청이 대부분 스마트폰으로 이뤄진다는 데 누구도 토를 달지 않는다. 올초 미국의 한 기관이 주요 27개국의 스마트폰 사용자 비율을 조사한 결과 우리나라는 95%로 1위를 기록했다. 그만큼 우리나라는 거의 모든 국민이 스마트폰을 갖고 있고, 콘텐츠와 접할 기회가 많다는 의미다.

스마트폰으로 콘텐츠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늘자 발 빠른 기업들은 이미 마케팅과 콘텐츠를 결합하는 데 사운을 걸고 있다. 이제 콘텐츠는 4차산업혁명을 논할 때 빠지지 않는 핵심어로 등장할 정도다. 정부도 ‘콘텐츠산업 진흥법’을 제정, 시행에 들어간 상태다.

그렇지만 농업계는 아직 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 같아 아쉬움이 앞선다. 일부에선 지역과 특산물 홍보에 스토리텔링 기법을 도입하고 농산물을 주제로 콘텐츠 공모전을 열곤 있지만 성과를 내기엔 힘이 부쳐 보인다.

농업계도 콘텐츠 마케팅에 집중할 때가 왔다. 이제부턴 대중을 울리고 웃게 하는 콘텐츠를 개발, 그 속에 농업의 가치와 각종 농산물의 우수성을 녹여 넣는 ‘콘텐츠 농사’를 위해 지혜를 모으고 전략을 짜야 한다. <극한직업>이 전국에 수원왕갈비통닭 바람을 일으켰듯 잘 만든 콘텐츠 하나가 농업에 천금 같은 우군을 만들어줄 수 있다. 또 농산물 소비를 기적처럼 끌어올릴 수도 있을 것이다.

정부는 해마다 과잉생산에 따른 농산물 수급안정을 위해 산지폐기 등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올해도 과잉생산된 양파·마늘의 수급안정사업에만 698억원가량의 예산(국비·지방비·자부담)이 들어갈 것으로 농림축산식품부는 내다보고 있다. 수원왕갈비통닭 돌풍을 몰고 온 <극한직업>이 65억원가량을 들여 만들었다는 사실은 우리 농업계에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준다.

김광동 (농민신문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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