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이순신이 성웅인 또 다른 이유

입력 : 2019-06-12 00:00 수정 : 2019-06-12 23:41


호국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인물이 이순신이다. 난이 터진 지 보름 만에 임금이 북쪽 국경도시까지 도망을 가야 했던 그 절체절명의 시대에, 과연 이순신이 없었다면 이후의 한국사가 존재했을까. ‘한국인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 부동의 1위는 너무도 지당하다.

그러나 이순신이 전쟁 영웅을 넘어 거룩한 성웅(聖雄)으로 추앙받는 까닭은 구국의 업적에 더해 극진한 효성, 부하사랑, 애민 등 진정한 인간의 도리를 두루 실천한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또 그는 높은 식견이 돋보이는 전쟁문학의 백미 <난중일기(中日記)>를 남긴 지성이기도 했다. 이러한 전인(全人)적 모습이 우리 역사에서 성웅 하면 누구나 이순신을 떠올리는 이유이고, 심지어 임진왜란을 일으킨 일본인들조차도 그를 존경하는 이유이다.

이순신이 성웅인 이유에 대해서는 농업 쪽에서도 보탤 게 있다. 이순신은 농사와 식량을 누구보다 중시한 장수이기도 했다. 전쟁을 치르는 데는 무엇보다 군량이 중요하다는, 전쟁 와중에도 백성들의 농경생활은 계속돼야 한다는 그의 지론은 <난중일기>에 자세히 나타나 있다.

임진(壬辰·1592년)~무술(戊戌·1598년) 7년의 일기를 모은 <난중일기>에는 농사와 관련된 내용이 심심찮게 나오며, 구체적으로 농사를 언급한 사례만도 수십건이나 된다. <난중일기>를 펴보자.

우선 그에게 날씨는 전쟁뿐 아니라 농사를 위해서도 최대 관심사였다. 갑오년(1594년) 6월(이하 월·일은 음력)에는 ‘더위와 가뭄이 심해 농사가 걱정된다’는 일기를 연이어 썼고, 병신년(1596년) 5월6일에는 큰비가 내리자 ‘농민의 소망을 흡족히 채워주니 다행스런 마음을 이루 말할 수 없다’며 기뻐하기도 했다.

둔전(屯田·군량을 충당하기 위해 변경지역에 설치한 토지) 관리에도 각별해, 임진왜란 당시의 대표 둔전인 도양장(道陽場·지금의 전남 고흥군 도양읍 일대)은 전략적 요충지였던 견내량(見乃梁·경남 통영과 거제 사이의 해협)만큼이나 일기에 자주 등장하는 지명이기도 하다. 또 둔전에는 종사관 정경달 등 농사를 잘 아는 관리를 배치해 농장경영에 만전을 기했다.

곡식 외에 채소와 부식거리도 꼼꼼히 챙겨 무 심기, 메주 쑤기, 미역 채취, 물고기 건조 작업까지 일일이 일기에 남겼다. 이밖에 소금 구울 가마솥 만들기, 밧줄 엮을 칡넝쿨 채취, 질그릇 굽기, 왕골 쪄서 말리기 같은 농경생활 전반이 <난중일기> 곳곳에 등장한다.

수확 후 관리 역시 확실히 했다. 벼·콩 등 둔전에서 거둬들인 곡식은 장부를 만들고 모두 되질을 다시 해서 갈무리했으며, 일부 관리가 군량을 속이거나 배급을 잘못하면 단호히 곤장을 치기도 했다(정유년(1597년) 10월30일).

그러면서도 고생하는 병사들을 긍휼히 여겨 동짓날에는 팥죽을 쒀 먹이고(갑오년 11월11일), 정유년 중양절(9월9일)에는 소를 예하부대들에 내려보내 회식을 하게 하기도 했다. 또 전쟁의 상흔으로 농사가 힘든 지역에선 병사와 백성들의 전선(戰船) 정비 부역을 면제하는 등 지친 심신을 달래주기도 했다(병신년 윤8월14일).

<난중일기>에 기록된 농업 관련 내용들로 본, 이순신이 성웅인 또 다른 이유다. 이 정도면 훌륭한 농업경영인이라고 해도 손색없지 않을까.

지금이야 그 당시처럼 전시도 아니고 더욱이 둔전도 없는 시대지만, 국가방위에서 농업과 식량을 중요시한 이순신의 지론은 오늘날 농업계의 키워드인 식량안보와도 전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군대 운영에 있어 식량과 각종 물자 지원은 전투력 못지않게 중요하다. 아무리 막강한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식량 보급이 제때 이뤄지지 않는다면 제대로 전쟁을 수행할 수 없다. 호국보훈의 달에 생각해본 이순신의 위대함과 농업의 중요성이다.

이승환 (농민신문 산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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