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감귤로 남북교류의 물꼬를

입력 : 2018-10-12 00:00

기아로 고통받는 세계인구는 얼마나 될까? 유엔세계식량계획(WFP)에 따르면 2015년 기준 8억1500만명이다. 전세계 인구의 9분의 1은 매일 밤 배고픈 채로 잠들고, 매년 310만명의 5세 미만 어린이들이 영양결핍으로 사망한다고 한다.

2030년까지 기아 없는 세상(Zero Hunger)을 목표로 활동하고 있는 유엔이 작성한 기아지도(Hunger Map)는 각국을 영양부족 인구비율(2014~2016년)에 따라 초록(5% 미만, 매우 낮음)·황색(대체로 낮음)·주황(대체로 높음)·빨강(높음)·갈색(35% 이상, 매우 높음)으로 표시하고 있다. 이 지도에는 초록색 대한민국 위에 갈색의 북한이 있다. 자료부족 탓에 회색으로 표시된 몇나라를 빼고 전세계에서 갈색으로 칠해진 나라는 다섯개이고, 아시아대륙에선 북한이 유일하다. 보릿고개가 사라진 지 한세대가 지났고, 국가적으로 비만을 만병의 근원으로 지목하며 비만관리대책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는 우리에게 굶주림과 영양실조는 멀리 아프리카나 분쟁지역 난민의 이야기쯤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기아지도는 현실이다.

9월 국회에서 열린 한 세미나에선 북한의 열악한 영양실태에 대한 보고가 이어졌다. WFP는 북한의 식량안보 상황을 ‘심각’ 단계로 구분하고, 전체 인구의 약 81%가 다양한 식품군 섭취를 못하고 있으며 인구의 약 41%인 1030만명이 영양부족 상태라고 했다. 프라빈 아그라월 WFP 평양사무소장은 “북한에서 하루 세끼를 모두 챙겨 먹는 영유아는 75%에 달하지만 7대 영양소를 고루 섭취하는 영유아는 47%에 그치고, 이 둘을 다 충족하는 경우는 29%에 불과하다”며 북한 영유아의 ‘조용한 배고픔(Silent Hunger)’에 전세계가 관심을 둘 것을 호소했다. 영양실조로 정상아동보다 두뇌의 크기가 현저히 작은 아동의 뇌 사진을 비롯해 6세·9세·11세 아동이 마치 또래처럼 키와 몸무게가 비슷한 사진도 공개했다. 수많은 아동이 영양실조에서 비롯된 각종 질병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엄마의 불안정한 영양상태가 아동에게 대물림되는 현상도 보고됐다.

국제기구를 비롯한 전문가들이 특히 영유아의 영양에 주목하는 이유는 이 시기 영양부족이 신체기능 및 두뇌와 지적 발달에 악영향을 끼치고, 이는 개인적 불행일 뿐 아니라 사회적으로 인적 자원 저하를 뜻하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러하지만 국내 민간단체는 물론 국제기구가 추진하는 북한 취약계층 영양지원사업은 대부분 중단되거나 상당히 위축된 상태다. WFP의 경우 북핵 사태로 한국을 비롯한 각국의 출연금이 급감해 북한 내 인도적 지원사업 대상지역이 169개 군에서 최근 60개로 줄었다.

기아와 영양실조에 놓인 사람들에게는 내일이 아니라 오늘, 지금이 절박하다.

올해 들어 남북 화해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하지만 가장 쉽게 피부에 와 닿을 수 있는 농업분야에서조차 실질적인 교류에 큰 진전이 없다. ‘대북 농업지원’ 하면 쌀과 비료가 대표적이지만 품목으로 봤을 때는 감귤이 상징적이다. 1999년에 시작된 제주도의 감귤 대북 지원은 남북교류에 물꼬를 튼 바 있다. 1999년부터 2010년까지 한해도 거르지 않았던 감귤 보내기는 ‘비타민 외교’로 칭찬받은 선례가 있다. 천연 비타민의 보고인 감귤의 북한 지원은 정치적 상황을 떠나 인도적 차원에서 꼭 필요하다. 농산물 지원은 국내 수급조절 효과도 적지 않아 일거양득의 효과를 거둔다.

기록적인 불볕더위와 태풍을 이겨낸 감귤이 까만 돌담 너머에서 노랗게 익어가고 있다. 감귤의 인도적 지원을 재개해 평화를 체감하는 날이 앞당겨지기를 고대한다.

장수옥 (농민신문 편집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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