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외로움을 어찌할꼬?

입력 : 2018-02-12 00:00


50대 초반에 지방 주재기자로 근무하면서 2년 동안 가족과 떨어져 생활한 적이 있다. 그때 일과가 끝난 이후 종종 극심한 외로움에 시달렸다. 남들은 “중년에 혼자 자유를 만끽하니 얼마나 좋으냐”며 우스갯소리를 했지만, 난 정말 외로웠다. 쓸쓸함의 극치는 지방에 홀로 남아 있는 금요일 저녁 이후에 집중됐다. 함께 부대끼던 주변 사람들이 어느 순간 홀연히 사라지고, 예정된 저녁약속마저 갑자기 깨지기라도 하는 날엔 공황 비슷한 심정이 됐다. 시간은 많은데, 정작 ‘불금’을 함께할 사람이 없다는 것. 그 쓸쓸함의 무게가 얼마나 큰 것인지 그때 처음 경험했다.

하지만 본인이 앞서 겪었던 경험은 다른 한편으론 매우 사치스러운 투정일지도 모르겠다. 외로움이 끝나는 기간이 정해져 있고, 노력에 따라 상당 부분 극복할 여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가장 큰 외로움의 문제는 본인의 힘으로 극복하기 불가능한 경우가 아닐까 싶다. 우리 주변엔 내가 타인을 애타게 필요로 함에도 불구하고 홀로일 수밖에 없어 눈물 흘리는 사람들이 많다. 그중의 한 부류가 농촌에서 홀로 지내는 노인들일 게다. 농촌지역은 고령화와 1인가구 증가가 도시에 비해 훨씬 심각하다. 2016년 12월1일 기준 농가인구는 249만6406명인데, 이중 65세 이상(100만6166명)인 노인이 전체 농가인구의 40.3%를 차지한다. 2017년말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인구 비중이 전체 인구의 14.2%인 점을 감안하면 농촌의 고령화가 어느 정도인지 실감이 된다.

최근 노래나 만담 등으로 여흥을 제공하며 노인들의 쌈짓돈을 노리는 소위 ‘떳다방’을 취재하면서 의미심장한 사실을 알았다. 노인들이 떳다방을 자발적으로 즐겨 찾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그곳에 가면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즐거워 외로움을 잊을 수 있기 때문이란다. 한 노인은 “집에 있어도 종일 찾는 사람이 없고 전화 한통 안 오는데, 떳다방에 가면 내가 아주 소중하게 대접받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그래서 그들이 물건을 좀 비싸게 판매한다고 해도 별로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홀로 사는 노인들의 외로운 심정이 어느 정도인지 이해가 됐다. 오죽했으면 영국 총리가 지난달 국민들의 외로움을 담당할 외로움 장관을 새로 임명했을까. 같은 외로움이라도 노인들이 느끼는 외로움은 젊은이들에 비해 훨씬 절박하다. 노인들은 자신의 능력이나 노력만으로는 외로움을 해결할 가능성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경제적으로 어렵고 육체적으로도 힘에 부쳐 나들이도 자유롭지 못하다. 자식들을 비롯해 누군가가 관심을 가져주고 돌봐주지 않으면 외로움에 방치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 외로움의 위험도가 하루 담배 15개비를 피우는 것과 같다고 하니 더욱 큰 일이다.

‘과부 설움은 홀아비가 안다’는 속담이 있다. 남의 곤란한 처지는 직접 그 일을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잘 알 수 없음을 두고 하는 말이다. 홀로 사는 노인이 돼보지 않고서는 그들의 절박한 고통을 100% 알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미뤄 짐작할 수는 있다. 나이 들어 사람에 대한 그리움은 눈덩이처럼 커지는데 종일 찾아주는 사람 하나 없다면 지금 사는 곳이 절해고도(絶海孤島)와 같을 것이다.

며칠 있으면 민족 대명절인 설이다. 시골에서 홀로 사는 노인들에게 설은 오랜만에 자식과 손자를 볼 수 있는 설렘 가득한 날이다. 잠깐의 만남 뒤엔 또 바람처럼 떠날 자식이지만 그 며칠의 만남이 부모에겐 다음 추석과 설까지 기다릴 수 있는 힘이 되는 게 아닐까? 이번 설엔 열일 제쳐두고 연로한 부모님이 계시는 고향집을 찾았으면 한다.

박창희 (농민신문 전국사회부장)

ⓒ 농민신문 & nongmi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독자추천광고

게시판 관리기준?
게시판 관리기준?
비방, 욕설, 광고글이나 허위 또는 저속한 내용 등은 사전 통보 없이 삭제되거나 댓글 작성이 금지될 수 있습니다.
농민신문 및 소셜계정으로 댓글을 작성하세요.
0 /200자 등록하기

기획/연재

많이 본 기사

최신기사

맨 위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