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한형수]마을기업, 사회적기업 그리고 협동조합

입력 : 2013-01-30 00:00

전국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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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농촌에는 ‘짝짓기’ 열풍이 한창이다. 농가들은 누구와 어떻게 ‘짝’을 지을 것인가를 고민한다. 바로 마을기업, 사회적기업 그리고 협동조합 이야기다.

 농가들은 그게 그것 같고 기존 농어촌공동체회사나 협동조합과 어떤 차별성이 있는지도 모르지만 정부 보조를 받거나 정책적 배려를 얻어 내려면 ‘또 다른 뭔가 짝을 지어야 한다’는 사실을 체험적으로 잘 알고 있다.

 여기다 정부 주요부처가 이 열풍의 ‘바람잡이’ 노릇을 하고 있다. 예산과 정책을 내세우면서 경쟁적으로 ‘우리 쪽으로 와라’는 식으로 줄을 세우고 있는 것이다. 행정안전부는 마을기업을, 고용노동부는 사회적기업을, 기획재정부는 협동조합을 내세운다. 여기다 농림수산식품부의 농어촌공동체회사까지 더하면 이름을 외우기도 힘들 정도다.

 마을기업은 지난해 말까지 전국에 695개가 선정됐고, 사회적기업도 723개나 만들어졌다. 협동조합 역시 협동조합기본법에 따라 1월15일까지 181개가 설립 및 인가신청을 마쳤다. 3000개 육성을 목표로 한 농어촌공동체회사도 지난해 상반기에 720개를 넘어섰다.

 문제는 모두가 농어촌 경제의 활력창출을 내세우고 있지만 방향성과 기능중복 등 걱정거리가 한두가지가 아니라는 점이다. 마을기업·사회적기업·협동조합이 공히 내세우는 가치는 ‘일자리’와 ‘분배’다. 물론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고 분배의 정의 실현을 통해 농어촌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는 있겠지만 그 ‘일자리’와 ‘분배’를 지탱해 줄 ‘생산’이 뒤로 밀려나 있다.

 경북의 경우 지난해 선정한 27개 마을기업을 사업별로 보면 식당 18개, 농식품가공 7개, 체험 및 관광 4개, 기타 1개로 생산과는 거리가 한참 멀다. 심지어 농어촌공동체회사 720개 가운데도 절반이 넘는 57.1%가 도농교류나 지역개발 등이 주업종이다.

 더욱 큰 문제는 기능중복과 갈등이다. 사회적기업은 마을기업이나 협동조합 등 기존 공동체를 모두 포괄하는 개념이다. 그러다 보니 농어촌공동체회사와 마을기업, 협동조합과 사회적기업의 경계선이 모호하다. 특히나 기획재정부가 의욕적으로 밀어붙이는 협동조합은 기존 협동조합 역할과 영역 전반에 걸쳐 기능이 중복되는 것은 물론 이로 인한 충돌과 갈등이 불가피하다.

 과거 문민정부의 영농조합법인이나 참여정부의 시군유통회사 정책의 실패는 기존 협동조합에 대한 부정과 몰가치라는 탁상행정에서 비롯됐다는 것을 부인키 어렵다.

 마을기업이 제2의 새마을운동, 사회적기업만이 경제·사회적 정의를 실현하고 새로운 협동조합 설립이 자본주의의 대안이라는 ‘부처중심주의식’ 정책은 또 다른 탁상행정 실패모델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현장중심의 통합과 조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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