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무엇이 김치를 김치답게 하는가

입력 : 2022-07-01 00:00 수정 : 2022-07-01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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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생각해도 우리는 ‘김치에 진심’인 민족이다. 오죽하면 술자리 게임에 ‘김장 게임’이 있을까. 김장 게임은 구성원들이 돌아가며 채소 또는 과일 이름을 하나씩 대고 그 원료를 넣은 ‘○○ 김치’를 구글에서 검색했을 때 해당 김치가 존재하면 술을 마셔야 하는 놀이다.

재밌는 건 도저히 있을 것 같지 않은 김치마저 존재한다는 점. ‘용과 김치’ ‘바나나 김치’ ‘토마토 김치’ 등이 그 예다. 이 게임을 하면 먹거리에 대한 한국인의 무궁무진한 창의성과 도전정신, 그리고 김치에 대한 애정의 깊이를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누가 뭐래도 우리 김치의 원형(原形)은 배추김치일 것이다. 그것도 빨간 고춧가루에 먹음직스럽게 버무린 배추김치 말이다. 비록 임진왜란 전 우리 민족은 백김치를 주로 먹었다고하니 그것이 김치라는 음식의 본뿌리는 아닐지언정, 이젠 김치라는 말을 들었을 때 누구나 머릿속에 떠올릴 첫 이미지가 빨간 배추김치라는 데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그만큼 배추김치는 한국인이 사랑하는 음식이자 한국을 상징하는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이런 김치는 최근 여러 전기를 맞고 있다. 한류 붐과 K-Food(케이푸드·한국식품) 열풍으로 수출이 급성장했고 코로나19로 인해 면역력 증강에 도움이 되는 발효·건강식품으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미국 곳곳에선 ‘김치의 날’이 법으로 제정되기도 했다. 그야말로 김치 전성시대다. 김치가 세계인의 식탁에 자연스럽게 오를 날도 머지않았다는 기대가 자라나는 이유다.

하지만 김치의 세계화를 위해 농림축산식품부와 관련 업계가 논의하고 있는 ‘김치 국가명 표시제도’는 여전히 표류 중이다. 수출용 김치를 제조하는 일부 기업들이 저렴한 중국산 고춧가루를 사용한 김치에 대해서도 ‘한국’ 또는 ‘Korea’라는 표기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해달라고 요구하고 있어서다. 이들은 ‘주원료는 국산이어야 한다’는 규정을 피하기 위해 “고춧가루는 김치 주원료가 아니다”라는 황당한 주장을 펼치기도 한다.

물론 백김치나 동치미같이 고춧가루가 거의 들어가지 않아도 우리는 ‘김치’라 부르며 그 역시 우리의 고유한 음식문화유산이다. 하지만 배추김치를 만들어 세계시장에 팔면서 고춧가루를 주원료로 인정하지 못하겠단 주장은 아전인수를 넘어서 오만하기까지 하다. 김치는 재료와 제조방법은 물론, 전통문화까지 어우러진 집합체기 때문이다. 눈앞의 이익을 위해 김치의 정체성을 훼손하는 우를 범해선 안된다.

김다정 (산업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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