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폭풍전야는 평온하다

입력 : 2022-06-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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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제주감귤 조수입 ‘1조원 시대’가 열릴 것인가에 대한 지역사회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지난해 7월 발표된 2020년산 조수입이 역대 최고인 9508억원을 기록한 데 따른 기대감 때문이다.

현재 한창 출하되고 있는 하우스감귤의 서울 가락시장 거래가격 역시 3㎏ 상품 기준 2만6800원 수준으로 평년(2만2400원)에 비해 약 20% 높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인한 경기침체 등 어려운 환경에도 제주감귤 산업은 순풍에 돛을 단 듯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최근 현장에선 이와 사뭇 다른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이달 중순 도내 지역농협 감귤사업 담당직원이 모여 올해산 풋귤 유통 계획과 가공용 감귤 처리 개선 방안 등을 논의하는 자리가 있었다. 회의가 마무리되려는 순간 한 참석자가 발언권을 요청했다. ‘제주감귤연합회’ 명칭을 ‘전국’ 또는 ‘한국’이 들어간 새 이름으로 변경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이보다 한달 정도 앞서 제주농협조합공동사업법인이 개최한 ‘하우스감귤 사업설명회’에서도 비슷한 말이 나왔다. 농협가락공판장 관계자는 “앞으로 3∼5년이 지나면 감귤이 제주 특산물로 인정받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두 발언 모두 ‘감귤=제주 특산물’이라는 공식이 곧 깨질 수 있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실제 남해안을 중심으로 시설하우스 감귤 재배면적이 증가하고 있다. 통계청 농업면적조사에 따르면 2021년 전남지역 시설하우스 감귤 재배 면적은 110㏊다. 아직까지 제주지역 5660㏊를 크게 밑도는 수준이지만 2019년 53㏊에서 2년 동안 2배 넘게 급증했다는 점은 도내 농가들 긴장감을 끌어올리기에 충분하다.

이에 도내 감귤산업 관계자들을 중심으로 지역 농업경제 근간인 감귤산업을 지키기 위한 준비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기후변화에 따른 다른 지역 재배면적 증가 추세를 막을 수는 없기에 이보다 높은 품질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데 다수의 뜻이 모이고 있다.

도 농정당국은 효율적인 생산과 유통을 위한 장·단기 계획을 수립해 지속가능한 감귤산업 발전기반을 다져야 한다. 올 4월부터 제주감귤연합회가 추진하고 있는 ‘제주도 외 타 지역 감귤 생산과 유통현황 조사용역’은 이를 준비하기 위한 첫걸음이 될 걸로 보인다.

한편 농가는 비상품 감귤 수확을 과감히 포기하고 보다 엄격한 선별 기준을 도입하는 등 자구 노력을 통해 프리미엄 이미지 구축에 공을 들여야 한다.

폭풍전야는 평온하다. 그러나 이는 태풍이 몰아치기 직전을 의미하는 만큼 철저히 대비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심재웅 (전국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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