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농어가푼돈마련저축

입력 : 2022-06-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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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과 청년의 차이를 묻는다면 ‘1300만원’과 ‘1억원’이라고 답하겠다. 이상한 질문과 답이라고 하겠지만 이는 농민 대상 정책 예금상품인 ‘농어가목돈마련저축’과 청년 대상 정책상품인 ‘청년도약계좌’의 만기 때 돌려받는 금액이다.

농어가목돈마련저축은 36년 전 농어민의 재산 형성을 위해 탄생한 정책상품이다. 소유 농지가 2㏊ 이하면 가입할 수 있고 1㏊ 이하라면 저소득 농민으로 봐 금리를 더 얹어 준다. 최대로 받을 수 있는 금리는 연 7%대다.

하지만 실상은 목돈 마련이란 이름값을 하지 못한다. 월 최대 불입 한도가 20만원이기 때문이다. 최대 금리로 5년 만기를 채웠을 때 모을 수 있는 금액은 1293만원 정도다. 이 상품과 같은 해 출시된 한 라면의 첫 권장소비자가격은 240원이었다. 올해 이 라면 가격은 830원으로 36년 사이 3.5배나 오른 것과 비교해보면 이 상품의 만기 금액은 푼돈 수준이다.

농촌현장에서는 그럼에도 매달 4000좌씩 팔리는 ‘스테디셀러’다. 최근 귀농·귀촌인들 사이에서는 ‘귀농 필수 패키지’라는 입소문까지 나고 있다. 취재하며 만난 농민들에게 상품 가입 이유를 묻자 ‘이거라도’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비교적 조건이 좋다는 의미기도 하나 가입할 만한 다른 상품이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설상가상인 것은 기획재정부가 2019년에 이어 올해도 ‘농어가목돈마련저축기금’에 폐지 권고를 내렸다는 점이다. 모순적이게도 폐지 권고 이유로 ‘낮은 불입 한도 때문에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점을 꼽았다. 그러면서 “대체 지원사업 발굴 추진”이라는 말도 되풀이했다. 하지만 그 사이 약 3년 동안 농어가목돈마련저축의 대체재라고 꼽을 만한 성과는 없었다.

이는 최근 화제가 된 ‘청년도약계좌’와 대조적인 모습이다. 청년도약계좌는 만기가 최대 10년이고 일정 한도 내에서 저축하면 1억원을 모을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는 문재인정부의 ‘청년희망적금’에 290만명이 몰리는 등 큰 인기를 끌자 이에 힘입어 윤석열 대통령이 내놓은 공약이기도 하다. 국정과제에도 청년도약계좌가 포함됐으며 청년희망적금이 출시된 지 1년도 채 안된 시점에서 새로운 상품 출시가 가시화한 것이다.

이 나라에는 청년만 있는 게 아니다. 국정과제에는 ‘식량주권 확보와 농가경영 안정강화’라는 내용도 함께 담겼다. 그러기 위해선 농민의 안정적인 생활 기반 조성이라는 목적에 부합하도록 농어가목돈마련저축 상품 구조를 현실적으로 개편해야 한다. 차곡차곡 모으다보면 낡은 농기계가 새것이 되고 자녀 결혼에 보탬이 될 수 있도록 말이다.

이유리 (정경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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