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외양간 늘리다 소 다 잃는다

입력 : 2022-06-17 00:00

한우고기 공급과잉에 대한 우려는 더 지적하지 않아도 모르는 사람이 없을 만큼 이미 널리 알려진 문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한우 도축마릿수는 86만마리에 이를 전망이다. 이는 과거 공급과잉으로 가격이 큰 폭 하락했던 2012년의 도축마릿수(84만마리)를 뛰어넘는 수치다. 1㎏당 1만6000원대였던 한우고기 경락값이 1만2000원대로 폭락하면서 많은 농가가 어려움을 크게 호소했던 일이 불과 10년 전이다.

농림축산식품부와 농협 그리고 전국한우협회가 수년 전부터 암소 감축사업을 진행하며 선제 대응을 이어가고 있지만 암소 증가세는 여전하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올해 3월말 기준 한우 암소 사육마릿수는 지난해 동월 대비 11만3000마리 증가한 218만마리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올들어 3월까지 송아지 출생신고 마릿수는 27만8600마리로 지난해 대비 2200마리 늘었다. 송아지값이 오르면 오르는 대로 떨어지면 떨어지는 대로 번식농가는 송아지 생산을, 비육농가는 입식을 늘려온 셈이다.

실제 가축시장에서 만난 많은 한우농가가 공급과잉 우려에 대해 ‘남 일’로 생각하는 것 같은 분위기가 감지돼 큰 충격을 받았다. 한 농가는 “가격이 떨어지면 그때 가서 걱정하면 되고 지금 당장은 지육값이 좋고 옆 농장에서도 계속 입식을 늘리는데 나만 축사를 놀리고 있을 수 있겠냐”고 했다. 다른 농가는 “자본주의 국가에서 내가 내 돈을 투자해서 사육마릿수를 늘리겠다는데 무슨 상관이냐”고 되묻기도 했다.

얼핏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하지만 경제학에선 공급과잉으로 가격이 떨어지면 경쟁력 없는 생산 주체들이 그만큼 시장에서 퇴출된다고 가르친다. 그 결과 공급량이 줄면 다시 가격이 오르고 균형점을 찾게 된다.

지금처럼 어떠한 경고 메시지나 암소 비육지원사업 등 정책적 유도를 무시한 채 각자 하고 싶은 대로만 한다면 결국 수많은 농가가 도산하게 될 것이란 말이다. 이런 일을 예산을 써서라도 예방해보자는 게 암소 감축운동 취지다.

내년이면 도축마릿수가 94만마리, 2024년엔 101만마리에 이르게 될 것이다. 코로나19 방역지침 완화에 따른 해외여행 재개, 인구 감소 등 한우고기 소비량에 불리한 악재들도 많다. 여전히 기회는 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지 않으려면 지금 당장 외양간을 늘리는 일을 멈춰야 한다. 만에 하나 한우산업 공멸을 원한다면? 지금처럼 수급조절 노력에 동참하지 않는 것이 가장 빠르고 정확한 방법일 것이다.

박하늘 (산업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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