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스마트하지 않은 스마트팜

입력 : 2022-05-25 00:00 수정 : 2022-05-26 09:12

01010101901.20220525.001336571.02.jpg

스마트팜이 농업정책의 핵심 과제가 되고 있다. 지난 정부에 이어 윤석열정부 또한 스마트팜 보급 확산에 주력한다는 방침을 분명히 하고 있다. 농촌 고령화가 갈수록 심화하면서 절대 노동력이 부족한 현실을 고려할 때 스마트팜 확산의 필요성은 이론의 여지가 없는 듯하다.

정부는 대규모 예산을 투입해 권역별 스마트팜 혁신밸리를 구축하며 이것이 미래의 농촌이자 농업의 첨단산업화를 위한 필요충분조건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스마트팜을 수용하고 직접 운용해나갈 주체인 농민들의 반응은 그다지 적극적이지 않아 보인다. 취재중에 만난 농민들은 정부의 적극적인 모습과는 대조적이라 할 만큼 스마트팜에 대한 인식에서 현격한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실제로 정부는 하루가 멀다하고 스마트팜 정책 관련 보도자료를 쏟아내며 장밋빛 미래를 그려내고 있지만 농촌에선 스마트팜에 거리를 두고 멀찍이 떨어져 먼 산 보듯 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이유는 무엇일까?

농민들은 무엇보다 ‘가성비’ 문제를 지적한다. 정부 지원을 감안해도 막대한 시설투자를 부담해야 하는데 생산성 향상 효과가 투자에 상응하는 수준 이상으로 나올지 확신하지 못하겠다는 게 농민들 시각이다. 대다수 시설재배농가들은 기존 수동형 시설장비로도 충분한 생산성을 올리고 있는데 시설투자를 더 늘릴 필요가 있는지 의구심을 떨치지 못한다.

스마트팜의 핵심 가치 가운데 하나인 자동화에 대한 신뢰를 아직 충분히 담보하지 못했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스마트팜 시스템이 확립되면 언제 어디서든 측창·관수·환풍기 등을 원격으로 제어할 수 있다. 그러나 의외로 이를 실제 사용하는 농가가 많지 않다. 농민들이 말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조작이 어려워서 그런 게 아니에요. 그러다 농사 잘못되면 누가 책임지나요?” 자동화 오류 발생 시 농작물 보상대책이 없다면 무조건 믿고 쓰라고 하긴 어려워 보인다.

스마트팜 확산의 걸림돌은 또 있다. 스마트팜은 최고 품질과 생산량을 낼 수 있는 재배환경 데이터 기반을 먼저 확보해야 한다. 하지만 농민들은 데이터 플랫폼에 쓸 만한 데이터가 별로 없다고 한다. 소수만 참여하고, 데이터를 공유할 인센티브조차 충분치 않기 때문에 빚어진 문제다.

스마트팜은 분명 우리 농업의 한계를 극복하고 미래 성장성을 담보하기 위해 반드시 가야할 길이다. 그러나 현장에서 꺼리고 기피한다면 확산은 요원하다. 정부가 아무리 스마트팜을 강조해도 정말 스마트하지 않으면 스마트팜은 ‘테스트베드(시험장)’로 남을 수밖에 없다.

박철현 (전국사회부 기자) korea@nongmin.com
 

ⓒ 농민신문 & nongmin.com, 무단 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게시판 관리기준?
게시판 관리기준?
비방, 욕설, 광고글이나 허위 또는 저속한 내용 등은 사전 통보 없이 삭제되거나 댓글 작성이 금지될 수 있습니다.
농민신문 및 소셜계정으로 댓글을 작성하세요.
0 /200자 등록하기

기획·연재

많이 본 기사

최신기사

맨 위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