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쌀가루의 추억, 밀값의 소환

입력 : 2022-05-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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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가루를 대체할 건식 쌀가루 산업화를 핵심 프로젝트로 추진하겠다.”

11일 윤석열정부 초대 농정수장에 오른 정황근 신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취임 첫 일성이다. 2013년 3월 농업정책국장을 끝으로 정부청사를 떠난 지 9년 2개월 만에 화려하게 돌아온 정 장관은 쌀가루 사랑을 여러 차례 내비쳤다. 4월14일 장관 후보자 지명 기자회견장에서도 “우리 국민이 현재 연간 200만t 이상을 먹고 있는 밀가루를 쌀가루로 대체한다면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쌀문제를 근본적으로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2016년 8월부터 1년 가까이 청장으로 재임했던 시절 농촌진흥청은 세계 최초 쌀가루 전용 품종인 <한가루>를 개발했다.

정 장관 개인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쌀가루 재소환을 바라보는 농업계 시각이 편치만은 않다. 2016∼2017년 야심 차게 추진했던 쌀가루 산업화는 가격과 가공적성 한계를 끝내 극복하지 못하고 실패한 사례로 남았음을 업계는 기억한다. 그나마 현재 명맥을 잇는 상당수 쌀빵·쌀과자는 쌀가루에 밀가루를 섞거나 글루텐을 첨가하는 방식으로 제조된다. 2021년 기준 국민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이 56.9㎏으로 주저앉은 상황에서 쌀문제 해법을 단기적 소비 확대보다는 장기적 생산 조정에서 찾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이유다.

윤석열 대통령이 ‘물가’ ‘밀 가격’을 연일 입에 올리는 것에 대해서도 아슬아슬하다는 시선이 적지 않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12년 1월 물가안정책임제를 도입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3년 3월 취임 후 첫 현장 방문지로 농협유통 하나로마트 서울 양재점을 택함으로써 농축산물 유통구조 개선 의지를 피력했다. 농업계로선 묘한 기시감에 우려를 떨칠 수 없는 대목이다. 그러나 글로벌 공급망 불안 등 시대가 바뀐 만큼 정 장관의 쌀가루 산업화 구상에도 기대를 가져보자는 반응도 없지 않다.

21일 한·미 정상회담이 열리고, 24일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석달째를 맞는다. 저조한 곡물자급률 속에서 사료용 수입 옥수수 조달체계가 흔들리면서 사료업계가 비명을 지른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손에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반강제 탑승권이 들려 있을까 걱정도 크다. 인접한 북한은 뒤늦은 코로나19 발생으로 ‘건국 이래 대동란’ 상태로 빠져들고 있다. 부식·식재료 가격이 최대 20배까지 뛰었다고 한다. 새 정부 초대 농식품부 장관 어깨가 무겁다. 농업·농촌·농민이 처한 국내외 여건을 두루 살피고 현안을 타개할 신중한 판단력과 빠른 추진력이 절실하다.

김소영 (정경부 차장) spur222@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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