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윤 당선인 민생 행보서 빠진 농촌

입력 : 2022-05-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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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당선인의 농업공약 작성에 관계했던 이가 최근 대선 일화 하나를 소개했다. 1월25일 국민의힘 당사에서 윤 후보가 농업공약을 발표하자 정책본부 다른 참모들이 “우린 아직 공약도 만들지 못했다”며 높은 관심을 보이더라는 것이다.

공약 한줄이 완성되기까지 강도 높은 검증과 토론이란 난산 과정을 거쳐야 하고, 공약으로 확정됐다 해도 보도자료 배포로 끝나기 쉽다. 그런데 ‘분 단위’ 일정을 수행하는 대선후보가 농업공약을 직접 밝히고 기자들 질문까지 받으니 공약 결재조차 받지 못한 분과에선 부러움과 초조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을 테다.

가는 빗발이 날렸던 그날 취재현장은 열기로 뜨거웠다. 공교롭게 같은 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농업·농촌 5대 공약을 발표하면서 ‘농업’이 대선의 중심에 선 것 같다는 웅성거림도 있었다.

윤 당선인의 승리로 대선이 끝난 지 두달이 지나지 않았지만 농업은 다시 ‘주변’으로 밀려나는 분위기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엔 농업계 인사가 빠졌고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인선은 다른 부처 조각(組閣) 퍼즐을 다 맞추고 나서 끼워넣은 모양새로 했다. 새 정부 국정과제 선정작업에서 농업의제는 대부분 밀려날 뻔했다가 농업계 반발이 일자 문재인정부 수준으로 겨우 기사회생했다는 풍문도 들린다. 대통령에게 농업정책을 자문하는 대통령 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가 부처 소속으로 위상이 낮아질 것이란 우려 역시 파다하다.

윤 당선인은 4월11일부터 ‘약속과 민생의 행보’란 이름으로 지역을 방문하고 있다. 경북·대구를 시작으로 전북·전남·광주, 경남·부산·울산, 인천, 충남·대전·충북, 경기 지역을 찾아 민심과 민생을 살폈다. 농업계는 현장 중심 농정을 강조한 윤 당선인이 이번 행보에서 농촌을 찾거나 농민을 만났더라면 하는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는 눈치다.

세계는 지금 ‘식량 무기화’ 움직임이 뚜렷하다. 주요 곡창지대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으로, 각국이 곡물·비료 수출 통제에 나서고 있다. 식량가격은 더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곡물 해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에 전쟁 버금가는 재앙이 닥친 셈이다. 며칠 전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을 추진하는 경제부처의 한 관계자와 대화하다 “요즘 경제안보와 식량안보만큼 국민에게 설득력 있는 주장이 없다”는 얘기를 들었다. 국민이 식량과 농업에 관심을 쏟는 지금이 농민의 사기를 높일 골든타임이다.

윤 당선인의 민생 행보는 이제 강원지역만을 남겨두고 있다. 농업 패싱 논란을 불식시키고 농심을 위로할 발걸음을 기대해본다.

홍경진 (정경부 차장) hongkj@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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