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브루셀라병을 제대로 아시나요?

입력 : 2022-04-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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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남부지역을 중심으로 발생 건수가 폭증하며 한우농가는 물론 일반 시민 건강을 위협하는 질병이 있다. 브루셀라병이다. 브루셀라병은 소·돼지·염소·개에서 발생하는 제2종 가축전염병이며 사람도 감염될 수 있는 인수공통전염병이다. 가축 감염 땐 사산이 발생하거나 생식장애를 일으킨다. 사람은 발열·두통·오한이 나타나며 심하면 사망에도 이른다. 공기 감염도 가능하기 때문에 전파력이 강하다. 서늘한 환경에선 수개월간 균이 살아 있을 정도로 생존력도 막강하다.

현장에서 마주한 브루셀라병 위력은 구제역이나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등 제1종 가축전염병과 비교해도 떨어지지 않았다. 경남 밀양에 있는 한 축산단지는 지난해 질병이 휩쓸고 지나가면서 농장 태반이 텅 비었다. 한번 농장에서 발생하면 수개월 이내 재발하는 경우가 많다보니 모든 개체를 살처분해야 했던 것이다.

브루셀라병은 농촌, 그것도 소수 축산농가에 한정된 일에 불과할까? 그렇지 않다. 현재 브루셀라병 검사는 암소나 수소에 한정해 이뤄진다. 브루셀라병은 일종의 성병이기 때문에 거세우에 대해선 검사할 필요가 없다는 게 방역당국의 설명이지만 우리나라에서도 거세우 발생 사례는 많다.

만약 잠복기 상태의 거세우 감염 개체가 도축돼 시중에 유통된다면? 해당 개체를 충분히 가열하지 않고 섭취하면 사람에게 질병이 전파될 수 있다. 반려견이 산책하다가 야생동물이나 야생동물의 배설물 등과 접촉해 브루셀라병에 걸린다면? 감염은 반려견에서 그치지 않을 수 있다.

백신과 같은 예방책은 없을까? 다행히도 존재한다. 여러 나라에서 수십년 전 백신 개발이 완료됐고 국제 수의계에선 브루셀라병을 이미 후진국에서나 발생하는 질병으로 치부한다. 사람이 수두 접종을 하는 것처럼 송아지에 한번만 접종하면 면역력이 계속 유지된다. 1회 접종을 위한 백신 생산비는 4000원 내외에 불과하다.

하지만 유독 우리나라에선 백신 도입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ASF 예방을 위해 전국 양돈농가를 대상으로 ‘8대 방역시설 설치 의무화’와 같은 조치를 추진하고 매년 정기적으로 구제역 백신 항체 검사를 진행하는 방역당국의 그간 행보와는 사뭇 상반된 태도가 이 브루셀라병에 한해서만 감지된다. 1998년 브루셀라 백신 파동 당시 많은 공무원이 징계를 피하지 못했던 게 백신 도입이 이뤄지지 않는 원인이라는 건 이미 공공연한 사실로 여겨진다.

올해 발생 건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배 가까이 증가하며 폭증할 조짐을 보이는 지금, 방역당국은 더 이상 보신주의에 머물러선 안된다. 서둘러 백신 도입을 비롯한 근본적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박하늘 (산업부 기자) sky@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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