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현실과 동떨어진 ‘드론 안전성 검사’

입력 : 2022-04-15 00:00

01010101901.20220415.900047531.05.jpg

얼마 전 출장길에 차가 진창에 빠졌다. 길을 잘못 들어 차를 돌리려 했는데 간밤에 내린 봄비 때문에 흙길이 축축해졌다는 걸 깜빡했던 탓이었다. 결국 견인차를 불러 우여곡절 끝에 진흙투성이가 된 차를 끌어냈다. 문제는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다시 출발해 논두렁 사이를 달리고 있자니 이번엔 바퀴에 달라붙은 진흙 덩어리가 차체를 때리기 시작했다. 고속도로 진입은커녕 일반도로를 달리다가 일 나겠다 싶었다. 임시방편으로 급하게 근처 셀프 세차장에 들어서자 다음과 같은 문구가 눈에 띄었다.

‘농기계 세차 절대 금지.’ 아마도 세차장 주인장이 이 규칙을 세운 이유는 이러했을 거다. ‘사업에서 이윤을 보려면 사업장의 적정한 청결도를 유지하는 것이 좋고, 그러려면 오염이 심한 차는 안 받는 것이 좋다. 딱 농기계 같은 것.’ 물론 주인장도 웬만한 트랙터 뺨치는 기자의 차 상태를 봤다면 본인의 규칙에 회의감을 품었을 게다.

요새 다시금 농기계 정의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 건, 농산업이 발전하고 다양한 농기계가 상용화되면서 무엇이 농기계인지 경계가 흐릿해지고 있어서다. 대표적인 것이 드론이다.

드론은 농약·비료를 살포하는 데 이미 필수품이 됐으며, 25㎏을 초과하는 기체가 전국적으로 3500여대나 등록돼 있다. 문제는 2년에 한번 의무적으로 받아야 하는 안전성 검사기관이 인천 서구에 단 한곳뿐이고, 관련 인력은 14명에 불과해 검사 대기시간이 비정상적으로 길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농가들은 제때 드론을 사용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드론을 세척·정비하는 비용도 농가엔 큰 부담이다. 드론으로 농약·비료 등을 살포하다보면 진흙 묻은 트랙터 못지않게 지저분해질뿐더러 성분상 세척도 쉽지 않다. 여타 드론과 용도가 다르지만 획일적인 검사 기준을 요구하는 건 산업적으로 득보다 실이 많아 보인다.

드론이 국내에 처음 도입됐을 때 많은 농민이 기대감에 드론 자격증을 취득했고 현장에 실증 적용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기울였던 건 주지의 사실이다. 실제로 국내 산업현장에서 가장 대중화된 용도 가운데 하나가 농업용이지만, 취재하면서 느낀 것은 드론 관련 법령들이 농업에 대한 이해도가 너무 낮은 상태에서 제정됐다는 것이었다.

농업은 흔히 1차산업으로 불리며, 대표적인 저기술 산업으로 여겨진다. 허나, 정부 제도가 미흡한 탓에 혁신이 어려운 것은 정보기술(IT)산업에나 적용되는 이야기인 줄 알았지, 누가 우리 농업에 적용되는 이야기라고 상상이나 했을까.

이연경 (산업부 기자) world@nongmin.com
 

ⓒ 농민신문 & nongmin.com, 무단 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게시판 관리기준?
게시판 관리기준?
비방, 욕설, 광고글이나 허위 또는 저속한 내용 등은 사전 통보 없이 삭제되거나 댓글 작성이 금지될 수 있습니다.
농민신문 및 소셜계정으로 댓글을 작성하세요.
0 /200자 등록하기

기획·연재

많이 본 기사

최신기사

맨 위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