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사과시장 개방, 대책 있나

입력 : 2022-04-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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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경북 등 사과 주산지엔 한눈에 봐도 새로 심은 사과나무가 부쩍 늘었다. 과거 고추·마늘이 심어졌던 자리 상당수가 과수원으로 바뀌었다. 실제로 2016년 3만3300㏊이던 사과 재배면적은 지난해 3만4359㏊로 늘었다. 귀농이 느는 추세에서 손이 많이 가고 가격등락이 심한 밭작물 대신 그나마 수요 꾸준한 사과가 낫다는 게 농가들의 전언이다.

이런 한국 사과시장을 미국이 눈독 들인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2019년부터 매년 ‘국별 무역장벽보고서(NTE)’를 통해 한국이 사과시장을 불합리한 기준으로 막고 있다고 불만이다. 현재 정부는 8단계에 걸친 ‘수입위험분석’으로 신선사과 수입을 막고 있는데 여기에 딴죽을 건 것이다. NTE는 올해도 “한국 정부에 사과·배·핵과류 수입승인절차의 신속한 처리를 요청했다”며 공세를 예고했다. 미국산 쇠고기 소비 1위 시장인 한국은 미국 사과업계도 탐날 수밖에 없다.

현실이 이런데 정부가 제 손으로 사과시장을 외국에 열겠다고 한다.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을 통해서다. CPTPP는 동식물 위생·검역(SPS)의 투명화를 요구한다. 지금처럼 사과 수입위험분석 절차를 우리 임의대로 연기 못 한다. 미국은 CPTPP 가입국은 아니지만, CPTPP 회원국에 한번 사과시장을 열면 미국산도 막을 명분이 없다. 이미 뉴질랜드·일본·호주·중국·미국이 우리 정부에 사과 수입위험분석을 요청한 상태다.

사과는 충북·충남·전북·경북 등 주요 농촌지역의 경제를 떠받치는 작물이다. CPTPP를 추진하는 정부가 국내 주력 과수산업과 농촌 경제를 살릴 대책이 있는지 묻고 싶다. 언급된 대책을 보면 딱히 기대할 것도 없다. 과수 신품종 개발 정도다. 더욱이 국산 사과의 주력 품종은 여전히 일본이 개발한 <후지>고, 지난 60년간 국가 주도로 개발해 성공한 품종은 <홍로>가 사실상 전부다. 이 상황에서 시장을 개방한다고 외국산을 이길 신품종이 뚝딱 나올 수 있을까.

외국산 사과의 당도가 낮다는 것도 옛말이다. 이미 뉴질랜드에서 들여와 국내에서 키우는 <엔비> 사과는 소비자 공략에 성공했다. 미국 워싱턴주 사과연합회는 <후지>를 포함해 30가지 사과 품종을 재배 중이라고 자랑한다. 자국뿐 아니라 뉴질랜드 등 남반구에서 연중 생산체계를 구축해 사시사철 신선사과를 공수하겠다고 자신한다.

현장 농민들은 농축산물을 제물로 한 정부 통상정책에 이제 화낼 힘도 없다는 말을 한다. 설령 그렇더라도 제대로 된 의견과 대책을 묻지도 않는 데에 농업계는 분노한다. 과수산업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CPTPP를 무작정 밀어붙이기 전에 대책을 먼저 세우고 개방 논의를 하는 게 순서다.

김해대 (정경부 차장) hdae@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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