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장님 코끼리 만지는 ‘밥상물가’ 범인 찾기

입력 : 2022-04-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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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보기가 겁난다”는 말을 가끔 듣는다. 주로 언론 기사 또는 그 인터뷰에 등장한 소비자에게서다. 때로는 대파값이, 때로는 달걀값이 치솟아 장 볼 때마다 큰 지출을 해야 한다며 한숨짓는 목소리다.

세계 농산물 시세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해준다는 한 농업 관련 스타트업 기업에서도 지난달 비슷한 보고서가 나왔다. 한국 밥상물가 상승률이 다른 국가에 비해 너무 가파르다는 내용이었다. 이를 본 언론들은 ‘中 밥상물가 0.9% 오를 때 韓 35% 뛰었다’ ‘한국 밥상물가 상승률 34.8%, 미국의 3배’라고 대서특필했고, 그렇게 농산물은 또한번 ‘밥상물가 상승죄’ 주범이 됐다.

하지만 사실 보고서에 담긴 내용은 허무맹랑한 수준이다. 이 보고서는 한국인의 밥상(흰쌀밥·김치·된장국·달걀부침)을 구성하는 주요 농산물로 쌀·마늘·양파·감자·건고추·흰콩·배추를 지목하고, 한국 농산물 수출입이 상대적으로 까다로운 데다 국내 생산물에 대한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란 분석을 내놨다.

그런데 지목된 농산물 대부분은 수입량도 적지 않은 실정이다. 특히 한국인에게 빼놓을 수 없는 양념채소 가운데 마늘·양파는 높은 관세를 부과해 수입을 적극적으로 막고 있음에도 평균적으로 1년에 각각 4만8682t, 8만2571t이 수입된다(한국농촌경제연구원). 2020년 수입된 고추는 24만8210t에 달한다. 된장국을 끓일 때 주로 사용되는 가공된장 원료인 흰콩이 국내산으로만 사용되는 경우가 오히려 드물다는 건 언급할 필요성조차 의심된다.

농산물 가격이 급등하며 식탁물가를 견인하는 경우가 없는 것은 아니다. 기후나 환경적인 요인으로 생산량이 급감하거나 가축전염병 발생으로 대규모 살처분이 이뤄졌을 때처럼 공급이 줄어들면 시장 가격이 요동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해 외국인 근로자 수급이 어려워지며 올라간 인건비, 세계적인 곡물 가격 상승으로 함께 올라간 자재비, 유가 폭등으로 인해 감당하기 어려워진 난방비 등 ‘경영비 증가’라는 커다란 요인을 제쳐두고 수출입의 어려움과 국내 농산물 의존성이라는 원인을 지목하는 건 납득하기 힘들다.

전체를 보지 못하고 일부를 갖고 전체인 듯 말하는 것을 두고 흔히 ‘장님 코끼리 만진다’고 표현한다. 사료용 곡물을 제외하고도 식량자급률이 50%를 한참 밑도는 나라에서 국내 생산물 의존도가 높다는 성토를 하기 전에 식량안보 위기를 걱정하는 게 더 먼저다.

김다정 (산업부 차장) kimdj@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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