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농민 목소리도 1인분 동등한 권리 인정을

입력 : 2022-03-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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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정은 현장이다.” “농민·전문가가 함께 지혜를 모을 논의의 틀을 만들겠다.” “농민 입장에서 생각하고 소통하겠다.”

역대 농정 수장들의 취임 일성이다. 문구는 조금씩 다를지언정 대부분 ‘현장’과 ‘소통’을 강조했다.

농정은 과연 현장과 소통에서 답을 찾았을까. 최근 15년간 농업예산 비중이 절반 수준으로 곤두박질친 상황을 안다면 이 질문에 고개를 끄덕일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요즘 현장에서 만난 농민들은 극심한 인력난, 치솟는 농자재값 등 농업·농촌을 옥죄는 많은 요인에 대해 한탄을 하다가도 결국 마지막엔 비슷한 말을 읊조렸다. “농민들 목소리는 들어주는 사람이 없어….”

그 가운데 한 시설하우스 농가의 말은 아직도 귓전을 맴돈다. “농민도 국민으로서 각자 1인분 몫은 하는데, 어째 목소리 가치는 1인분도 채 안되는 것 같어. 높으신 분들이 목소리에도 값어치별로 순위를 매겨놨나봐.”

농정 당국과 정치인들이 농민 목소릴 귀담아듣지 않는다는 푸념이었지만, 지금 한국 농업이 처한 현실을 정확히 꿰뚫는 말이기도 했다.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먹거리를 공급하는 근간산업이라며 중요성을 부르짖지만 정작 종사자인 농민의 생존문제에는 놀라울 만큼 무관심한 게 우리 현실이다.

많은 농민들이 코로나19 위기 속에서도 농업은 철저히 소외됐다고 분노했다. 정부는 자영업자·소상공인들에게 손실보상 명목으로 수차례에 걸쳐 재난지원금을 지급했다. 하지만 마찬가지로 소비 부진과 농자재값 폭등이라는 직격탄을 맞은 농가는 멍하니 바라만 봤을 뿐이다. 최소한 계속 농사지을 수 있는 여건만이라도 만들어달라는 목소리는 철저히 외면당했다.

앞으로 5년, 농정을 이끌어갈 새 정부의 밑그림이 그려지고 있다. 많은 대통령들이 그랬듯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도 후보 시절부터 “농업 관련 정책과 예산을 직접 챙기겠다”고 공언했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최근 새 정부 국정과제와 정책방향을 설정할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인수위원·전문위원 명단에서 농업 전문가는 단 한명도 보이지 않는다. 농업계는 ‘농업패싱’이 벌써 시작된 게 아니냐며 크게 우려하고 있다.

‘농사는 하늘이 짓는다’ ‘농업엔 여야가 따로 없다’는 말처럼 농정은 경제·정치 논리만으로 접근하기엔 한계가 분명한 영역이다. 그만큼 정책을 세우고 펼치는 데 있어 현장의 목소리가 어느 분야보다도 중요하다. 윤 당선인과 인수위가 이제라도 귀를 더 가까이 대고 세심하게 농민 목소리를 들으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길 기대한다.

최상일 (전국사회부 차장) csi@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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