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고향세 ‘농촌실익’ 단추 끼워야

입력 : 2021-11-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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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10월 정부는 전국 89개 시·군·구를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했다. 이 가운데 부산·대구의 5개 구를 제외한 나머지 시·군의 취업자 중 농업종사자 비율은 평균 35%에 달한다. 여기에 어업종사자까지 더하면 비율은 훨씬 높아진다. 소멸위기에 놓인 지방에 활력이 돌게 하려면 ‘1차산업’을 일으켜 재화를 지역경제로 흘러가도록 해야 함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이런 상황에서 2023년 1월 시행될 ‘고향사랑기부제(고향세)’가 지역을 일으킬 한 방편으로 관심을 받고 있다. 고향세는 본인 거주지 이외의 지방자치단체에 일정액을 기부하면, 세액공제와 답례품을 받는 제도다. 하지만 이달 16일 열린 농협중앙회의 ‘고향사랑기부제 추진대책위원회’에서는 고향세 도입에 대한 ‘환호’와 동시에 ‘위기감’이 공존하는 묘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위원인 지역 농·축협 조합장들은 도입 취지와 달리 그 혜택이 ‘농촌실익’과 관계없는 소수에게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감을 나타냈다.

현장에서 나온 우려는 ‘공산품 위주의 답례품 선정’과 ‘유가증권의 현금화 가능성’ 두가지로 요약된다. 현재 고향세법은 ‘지자체 관할구역 안에서 생산·제조된 제품’이면 공산품·농산품을 가리지 않고 답례품으로 선정할 수 있도록 한다. 지역의 주력산업을 고려하지 않기 때문에 극소수의 공산품 제조업체가 답례품시장을 독점할 가능성이 열려 있는 것이다. 또한 지역사랑상품권 같은 유가증권도 답례품으로 지급할 수 있어, 대도시에 고향세를 기부하고 유가증권을 답례품으로 받아 현금화하는 문제를 막을 장치도 현재로선 없다.

실제로 2008년 고향세를 도입한 일본에선 ‘고향 살리는 고향세’와 거리가 먼 사례가 연일 뉴스에 오르내린다. <일본경제신문>에 따르면 도쿄도 메구로구는 2020년 10월부터 고향세 답례품으로 도쿄 고급호텔 숙박·식사권을 제시했다. 올해 2월까지 메구로구에 기부한 25%가 이 답례품을 선택했다. 도쿄도 시부야구는 답례품으로 지역 복합상업시설 입장권과 호텔 숙박권을 제시해 지난해에만 약 10억원을 유치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소비침체를 고향세로 돌파하려는 대도시가 늘며, 골프용품까지 답례품으로 등장한 상황이다.

농협 고향세추진위는 “고향세 시행령에 지역 농축산물이 답례품의 일정 부분을 차지하도록 하는 조항을 담아야 한다”는 의견을 제기했다. 충분히 귀담아들어야 한다. 아울러 도시민들이 선호하는 매력적인 농축산물 답례품을 만들 수 있도록 컨설팅을 포함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도 절실하다.

김해대 (정경부 차장) hdae@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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