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일본 고향세가 주는 교훈

입력 : 2021-10-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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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일본농업신문>에 실린 ‘고향세’ 기사를 보고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생생하다. 국제뉴스 담당 기자로서 일본 농업동향을 취재하다 발견한 기사였다. 해당 기사는 일본의 2015년 고향세 기부 총액이 전년(2014년) 대비 4.3배 늘어난 1653억엔이라는 내용이었다. 도시민들이 한화로 1조원이 넘는 금액을 기부해 농촌 지방자치단체를 돕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 있다는 점이 정말 놀라웠다.

당시 국내에서 고향세 논의는 시작단계에 불과했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난 올 9월28일, ‘고향사랑기부금에 관한 법률(고향세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늦은 감은 있지만, 지방소멸을 막고 지역 농특산물 소비를 촉진할 ‘구원투수’가 마련됐다는 점에서 크게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럼에도 법안 내용에 우려되는 점이 있다. 고향세 답례품으로 지역상품권을 허용한 것이 대표적이다. 지역상품권을 액면가보다 할인된 금액에 되파는 불법행위 가능성을 간과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일본 총무성은 돈으로 바꿀 수 있는 선불카드·상품권 등을 고향세 도입의 취지에 반하는 답례품으로 지목한 바 있다.

고향세 기부처에 대도시를 포함한 점도 납득하기 힘들다. 일본의 고향세 도입 목적은 ‘지방창생(地方創生·지방활성화)’이었다. 고향이 교육·의료 혜택을 제공해 인재를 육성한 만큼, 도시에 진학·취업한 출향인사들이 고향에 ‘은혜 갚기’를 할 수 있는 창구를 마련해주자는 의도였다. 인구감소와 재정악화로 소멸 위기에 놓인 농촌지역을 살리려는 묘안이 고향세였던 셈이다.

지난해 일본의 고향세 기부액이 크게 늘어난 것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어려움에 빠진 농민들을 돕기 위한 도시민들의 응원 덕분이었다.

일본의 고향세 납부 종합 포털사이트인 ‘후루사토 초이스’에는 고향세 제도로 인생이 바뀐 농가들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판로를 찾지 못했던 농민들이 고향세라는 연결고리를 통해 도시민과 이어져 농업을 계속할 수 있게 된 사례들이다. 그만큼 고향세가 농민들에게 큰 힘이 되는 제도라는 방증이기도 하다.

남은 현안은 고향세법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꼼꼼히 설계하는 일이다. 제도 도입의 취지를 살리며 농민들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을 지향해야 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시행착오를 겪은 일본의 사례를 참고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일본의 시행착오를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김다정 산업부 기자 kimdj@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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