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신품종 생산농가 노력이 빛을 보려면

입력 : 2021-09-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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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안사위(居安思危). 평안할 때에도 위험과 곤란이 닥칠 것을 생각하며 미리 대비한다는 의미다. 추석 대목장을 맞은 <샤인머스캣> 포도 농가들을 취재하면서 떠올린 사자성어다.

<샤인머스캣> 포도는 이번 명절에도 높은 인기를 보이고 있지만, 산지에서는 승승장구 중인 지금이야말로 미래를 준비해야 할 때라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었다. 높은 시세 속에서 재배면적이 매년 급증해 이대로라면 향후 시세가 폭락할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일부 포도농가에선 이미 수년 전부터 차별화를 위해 <블랙사파이어> <스텔라> <루비로망> 등 신품종을 시험 재배하고 있다. 일정 부분의 조수익 감소를 감수하면서까지 새 길을 개척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였다.

하지만 산지 유통 관계자들은 신품종이 시장에 안착하기까지의 과정을 ‘산 넘어 산’이라고 표현했다. 재배방법이 기존 품종과 달라 충분한 생산량을 얻기 힘들거니와, 더 큰 문제는 생산해도 판매가 어려워서다. 품종의 시장성이 떨어져 도태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홍보와 판로 확보에 고전하다 사장된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한 농민은 “단순 호기심만으로 처음 보는 과일에 지갑을 여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다”며 신품종을 알리기 힘든 현실에 안타까움을 표했다.

그런데 소비자는 소비자대로 정보에 목마르다. 최근 농촌진흥청이 소비자패널 236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94.9%가 과일 구매 시 품종별 차이가 표시됐으면 좋겠다고 응답했다. 품종과 당도·생산지역 등 과일의 객관적 정보를 얻게 된다면 과일 소비가 늘어날 것이라는 답변도 많았다. 이에 농진청 관계자는 “과일의 품질 요인을 시각화해 세부 정보를 어필하는 등 효과적 전달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결국 대중에 충분한 정보가 주어져야 소비도 촉진된다는 의미다.

각 품종의 매력을 널리 알리기 위해선 산지와 소비지를 잇는 유통 주체들의 역할이 중요하지만 농가 스스로의 노력도 필요하다. 거창한 주문처럼 들리지만 불가능한 과제만은 아니다. 강원 영월의 토마토농장 ‘그래도팜’은 최근 서울대학교 푸드비즈랩과 협업해 재배 중인 토마토 19종의 관능평가를 진행했다. 향미·색상·식감을 수치화해 사분면에 표시하는 방식으로 정보를 시각화했다. 또 단맛·짠맛·감칠맛·신맛·쓴맛 등 맛 관련 지표를 각각 평가해 품종별 특성을 구별할 수 있게 했다. 취향을 따지며 농산물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에겐 가뭄에 단비 같은 정보다.

과수농가가 신품종을 재배해 소득을 올리기까진 4∼5년에 가까운 세월이 필요하다. 농가의 시간과 노력이 물거품 되지 않게 할 홍보 방안 도입이 절실하다.

이규희 (산업부 기자) kyuhee@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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