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냉동과일 공습, 정말로 모르나

입력 : 2021-07-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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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주요 대형마트 식품매장의 입구를 차지하는 건 외국산 냉동과일이다. 먹기 좋게 조각낸 과일을 세련된 포장지에 담고, 신선도를 유지하는 급속냉동 기술을 더해 과일주스·샐러드를 선호하는 소비자의 입맛을 저격한다. 한 예로 서울 마포구 A대형마트에는 베트남산 두리안·백향과(패션프루트)·냉동망고, 페루산 아보카도·애플망고 등이 빼곡히 진열돼 있다. 가격은 1㎏당 8000원 안팎. 이는 그동안 체결된 자유무역협정(FTA)의 산물이다. 2015년 한·베트남 FTA 발효에 따라 올해 베트남산 냉동과일 관세는 9%, 이마저도 2024년에는 제로(0)로 떨어진다. 2011년 발효된 한·페루 FTA로 페루산 냉동과일 관세는 이미 ‘0’이다.

문제는 냉동과일 공습의 화력을 키울 폭격기 한대가 조만간 또 뜬다는 점이다. 지난해 11월 타결된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알셉)이 내년 발효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알셉은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 10개국과 한·중·일 등 15개국이 참여하는 초대형 FTA다. 내년 알셉이 발효되면 아세안산 냉동과일 관세가 현재 24%에서 해마다 2%포인트씩 떨어져 2036년엔 ‘0’이 된다. 필리핀·태국·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산 냉동과일 공습이 시작되는 셈이다. 이미 지난해 냉동과일 수입량은 3만5770t으로 2005년 1만6467t에 비해 2배 이상 커졌다. 최근 농협경제연구소는 ‘아세안산 냉동과일 관세가 낮아지면 수박·참외 등 국산 여름철 과일 수요를 일부 대체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하지만 정부 인식은 안일하다. 지난해 11월 알셉 협상 타결 직후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RCEP 최종 서명, 농업분야 협상 결과’ 보도자료에는 아세안산 냉동과일 관세에 대한 설명이 한줄도 없다. 본문은 물론이고 붙임자료를 봐도 아세안산 냉동과일 관세가 철폐되는지조차 알 수 없다.

현재 정부는 알셉 발효에 따른 수입영향평가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과거 정부가 내놓은 FTA 수입영향평가에 비춰보면 이번에도 냉동과일 등에 대한 영향 분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정부는 2011년 한·유럽연합(EU) FTA 수입영향평가 당시 농축산물을 달랑 7개만 선정해 빈축을 샀다. 한·칠레 FTA 당시는 농업분야 피해액을 5000억원대로 추정했지만 실제 피해액은 1조원이 넘었던 전례가 있다.

알셉 수입영향평가에 냉동과일이 포함됐는지는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 만약 냉동과일이 빠졌다면 정부가 개방에 따른 농업분야 피해를 피상적으로 보고, 농식품 소비 트렌드도 제대로 읽지 못한다는 점을 자인하는 상황이 될 수 있다.

김해대 (정경부 차장) hdae@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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