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문에서] 애플망고빙수와 쌀밥빙수

입력 : 2021-07-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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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서울의 한 고급 호텔에서 애플망고빙수를 먹을 일이 있었다. 하얀 얼음 위에 노란 제주산 애플망고가 듬뿍 올라간 빙수 한그릇의 가격은 무려 6만4000원이었다. ‘헉’ 소리가 나는 가격도 가격이지만 더 놀라운 사실은 그 돈을 주고 빙수를 먹기 위해 사람들이 한두시간씩 줄을 선다는 것이었다.

2008년 처음 선보인 이 호텔의 애플망고빙수는 매년 여름 ‘애망빙(애플망고빙수) 열풍’을 일으키며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이 호텔만이 아니다. 전국의 유명 호텔들은 여름이면 제주산 애플망고로 만든 고가의 애망빙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호텔들이 외국산 대신 제주산을 쓰는 것은 비싼 국내산을 활용해 다른 업체와 차별화하는 ‘프리미엄’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이는 요즘 트렌드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맛’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름난 음식에는 가격을 따지지 않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카페 공화국’이라 할 정도로 카페가 많아지면서 디저트가 주식 못지않은 대접을 받고 있다. 디저트를 밥 대신 먹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작은 케이크의 가격이 밥값보다 비싼 경우도 허다하다.

그야말로 디저트 전성시대다.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디저트시장의 규모는 2014년 3000억원에서 2018년 1조5000억원으로 성장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한 지난해부터는 힘든 상황을 달콤한 고급 디저트로 풀며 ‘스몰 럭셔리(Small Luxury·작은 사치)’를 즐기는 젊은이들도 많아졌다.

디저트시장이 커지면서 디저트의 세계는 점점 다채로워지고 있다. 과거엔 상상하지 못했던 재료들이 빵·과자·주스·아이스크림·빙수 등에 들어간다. 기자가 사는 집 근처의 한 소문난 빵집에는 대파빵이 유명한데, 잘게 썬 대파가 치즈와 함께 가득 들어 있다. 대파가 빵과 어울릴까 싶지만 먹어보니 매운맛이 강하지 않고 대파의 식감도 괜찮다.

지역에서도 특산물을 활용한 디저트를 파는 곳들이 속속 생겨나 명소가 되고 있다. 강원 정선의 한 카페는 특산물인 곤드레를 이용한 곤드레라테로 유명하고, 부산엔 대저토마토로 만든 크림빵과 아이스크림을 파는 곳이 인기다. 또 경기 이천에는 이천쌀로 만든 누룽지가 들어간 쌀밥빙수를 내놓은 곳도 있다. 밥솥 모양의 용기에 담긴 쌀밥빙수는 바닥에 고소한 누룽지가 붙어 있어 긁어 먹는 재미가 있다.

이 같은 디저트 열풍이 국산 농산물 소비를 늘리는 계기가 될 수 있을까? 사실 지역농산물을 이용한 디저트는 이전에도 있었다. 특정 품목의 주산지에 취재를 가보면 해당 품목으로 만든 빵·과자·음료 같은 상품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농업 관련 기관이나 업체에서 만든 대부분의 상품은 맛이 없고 품질이 떨어져 전국적인 명성을 얻는 경우가 드물었다. 하지만 최근 인기를 끄는 디저트들은 다르다. 음식 전문가들이 트렌드에 맞춰 소비자들이 좋아할 만한 메뉴를 개발한다.

한편으로 우려스러운 점은 디저트시장의 확대로 수입 농산물도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제주산 애플망고가 고급 과일로 호텔까지 파고들었지만, 사실 디저트시장의 전통적인 강자는 외국산 농산물이다. 오렌지·망고·자몽·바나나·파인애플 등 외국산 과일로 만든 주스·에이드·스무디 등 음료들이 카페의 주메뉴가 된 지는 이미 오래다. 최근 농협경제연구소는 냉동과일을 활용한 과일주스 소비 급증으로 냉동열대과일의 수입 증가가 불가피하다는 보고서를 내놓기도 했다.

이젠 밥만 먹고 살 수 없는 시대다. 밥을 먹으라고 아무리 얘기해도 입맛이 바뀐 젊은 세대에겐 통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카페에서 커피 대신 우리농산물로 만든 주스를 먹는다면 어떨까. 쌀밥빙수 같은 맛있는 쌀 디저트를 어디서나 맛볼 수 있다면 어떨까. 외국산 대신 국산 농산물이 듬뿍 들어간 디저트를 파는 곳들이 더 많이 생겨 ‘핫한’ 명소가 되길 기대해본다.

김봉아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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