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디지털농업, 예산은 콸콸 농민은 갈증

입력 : 2021-05-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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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조합원을 대상으로 한 농협의 ‘디지털 전환’ 교육이 한창이다. 올해부터 시작된 교육은 디지털농업 이론·현장 견학 등으로 편성됐으며, 3월까지 약 300명이 교육을 마쳤다. 연말까지 모두 600명이 교육받을 예정이다. 국민 10명 중 9명 이상이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시대에 농업도 디지털화에서 예외일 수 없다.

하지만 교육을 마친 농민들 사이에선 “정작 기성농민이 활용할 수 있는 예산 지원이나 컨설팅이 없다”는 목소리가 자주 나온다. 경기 화성에서 40년간 포도를 재배한 A씨 사례가 대표적이다. 그는 수년 전 비닐하우스에 설치한 재래식 강우센서와 자동 개폐 장치를 개량하고자 정부 지원을 백방으로 알아봤지만 마땅한 지원책이 없어 포기했단다. 지원제도 규모 자체가 작고, 정책 초점이 대규모 유리온실 신축에 맞춰져 있어 실효성이 적었다. 재래식 강우센서의 오작동이 잦은 탓에 그는 결국 수동으로 비닐하우스 창을 여닫는다. 매년 포도를 미국에 수출할 정도로 재배기술을 인정받는 A씨는 “정부가 기성농민에게도 디지털농업을 접목할 방안을 늘려주면 품질을 한층 높일 수 있을 텐데…”라며 씁쓸해했다.

올해 농림축산식품부 예산을 보면 농민의 이런 불만이 확 와닿는다.

A씨 같은 기성농민이 정부로부터 받을 수 있는 스마트팜 지원제도는 크게 두가지로 추려진다. 그중 하나가 ‘스마트팜 정보통신기술(ICT) 융복합 확산사업(시설보급)’이다. 융자 지원을 제외하고 올해 정부 보조금은 65억원 지원된다. 한농가당 보조금 지원 한도가 약 1억원임을 감안하면 60농가 정도만 지원받는 셈이다. 이마저도 채소·화훼·특용작물 농가로 한정된다. 2019년 111억원이던 예산도 올해 절반가량으로 줄었다. 과수농가 대상의 ‘과수분야 스마트팜 확산’ 정책도 있다. 하지만 올해 정부 예산 규모는 불과 5억원으로 2019년(10억원)의 절반에 그친다.

반면 농식품부가 전국 4개 지역에서 추진 중인 ‘스마트팜 혁신밸리’ 사업의 사정은 좀 다르다. 이 사업은 크게 ▲스마트팜 실증단지 조성(489억원) ▲임대형 스마트팜 조성(795억원) ▲스마트팜 청년창업 보육센터 조성 및 운영(226억원)으로 나뉘어 올해 모두 1510억원 투입된다. 2019년 727억원보다 두배 이상 늘어난 규모다. 혁신밸리가 청년농·신규진입농을 대상으로 하는 점에 비춰보면 기성농민들이 충분히 ‘소외감’을 느끼고도 남을 만한 격차다.

혁신밸리 자체를 문제 삼는 건 아니지만, 대규모 사업 때문에 기성농민 몫이 줄어들면 곤란하다. 농민들이 수십년간 쌓아온 농사 노하우에 디지털 기술이 하나씩 접목되면 그 자체로 농업의 귀한 자산이 될 수 있다. 디지털농업 예산은 느는데 애써 농업을 지탱해온 농민들이 소외되는 것 아닌지 돌아볼 때다.

김해대 (정경부 차장) hdae@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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