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이름값 못하는 FTA 피해보전직불금

입력 : 2021-05-10 00:00 수정 : 2021-05-10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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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한 생산자단체 관계자는 올해 자유무역협정(FTA) 피해보전직불금(이하 FTA 직불금) 대상 품목에 선정되지 못했다는 소식을 듣고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얼마 전만 해도 FTA에 따른 피해가 막심해 보상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냈었다. 며칠 뒤 다시 전화를 걸었을 때 그는 “직불금 지급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더라”면서 “이의 신청을 해볼 여지도 없을 것 같다”고 한숨지었다. FTA 직불금 지급 대상으로 선정되려면 국내산 가격이 평년의 90% 미만으로 하락할 것 등의 기준을 충족해야 하는데, 이에 못 미쳤다는 것이다.

“지금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보입니다.”

FTA에 따른 간접피해를 인정해달라는 취지로 농림축산식품부에 소송을 걸었다가 최근 항소심에서마저 패소한 아로니아농가와 통화하면서도 비슷한 낙담을 느꼈다.

이들의 감정이 더 크게 와닿은 이유는 대조적으로 너무도 기계적인 농식품부의 대응 때문이었다. 정책을 감정적으로 집행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하지만 FTA 직불금 개선 요구가 잇따르는데도 법에서 정해진 ‘산식’만을 들이밀며 아무 개선 노력을 하지 않는 점은 분명 아쉬운 대목이다.

일각에선 지나치게 까다로운 FTA 직불금 발동 요건을 두고 ‘주지 않으려고 설계한 것 같다’고 말한다.

그도 그럴 것이 FTA 직접피해보전제도(FTA 직불금+폐업지원금) 예산 집행률을 보면 지난해만 국내 사육 규모가 큰 돼지가 포함돼 100%를 달성했고, 그 직전 3년은 0.5∼22%에 그쳤다.

이에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지난해 ‘FTA 직접피해보전제도 운용실태 분석과 개선방안 연구’에서 “낮은 집행률을 제고하고 동시다발적인 FTA 이행으로 인한 농가의 직간접적 피해를 적극적으로 보전하기 위해 발동 요건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보고서는 직불금 단가 결정에 활용되는 수입기여도도 지금은 추상적이어서 명시적인 규정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했다.

국회입법조사처 역시 2019년 회계연도 결산 보고서에서 “실집행실적이 저조한 문제가 계속되고 있다”면서 농식품부에 개선방안 마련을 촉구했다.

그럼에도 농식품부는 “법이 그래서…”라는 입장에서 요지부동이다. 메가 FTA가 논의되고 동남아시아 국가들과 FTA 체결이 코앞에 온 지금, 농정당국이 팔짱만 끼고 있다면 앞으로 농가의 상심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농가의 어려움을 적극적으로 보듬어주려는 농식품부가 되길 바란다.

양석훈 (정경부 기자) shakun@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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