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농협 조합원 절벽’이 위기인 이유

입력 : 2021-04-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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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농협 조합원수가 4000여명인데 그중 80세 이상이 1000여명입니다. 75세 이상은 2000여명이고요.”

얼마 전 전남의 한 지역농협 조합장이 한 말이다. 농촌 인구 고령화가 ‘상식’이 된 지 오래지만 조합원 절반이 75세 이상이라는 사실은 충격으로 다가왔다.

농촌에서 농협은 일종의 ‘기본 조직’이다. 작목반부터 공선출하회, 연합사업 등 농사의 시작부터 농산물 판매까지 모든 과정을 조직화하는 주체가 농협이다. 그리고 농민 대부분이 농협 조합원이고 이들이 농촌 경제를 움직이는 주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이 조합원의 절반 이상이 75세 이상의 고령층이다. 구체적인 수치는 조금씩 다르겠지만 면 단위에 있는 농촌 농협 대부분이 비슷한 처지다. 이는 농촌의 경제활동인구 절반이 고령농민이라는 말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시 말해 ‘농사지을 사람이 없어지고 있다’는 신호다.

이같은 위기 상황은 특히 전남에서 심각하다. 신민호 전남도의회 의원이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남 전체 농가 14만3798가구 중 51.2%인 7만3598가구가 70세 이상이다. 더 큰 문제는 30세 이하인 농가는 207가구로 0.1%에 불과하다는 데 있다. 전남 농업의 미래가, 농협의 미래가 풍전등화 같은 것이다.

한국인의 평균수명은 남자 80.3세, 여자 86.3세라고 한다. 이론적으로 보자면 앞으로 10년만 지나면 농민수와 농협 조합원수가 반토막 난다는 뜻이다.

반면 신규 조합원수 증가는 거북이걸음이다. 농협별로 차이가 있지만 1년에 수십명선에 불과하다. 증가 속도가 감소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니 ‘인구 절벽’보다 더 위급한 ‘농민 절벽’ ‘조합원 절벽’이 코앞에 와 있는 것이다.

농협들도 심각성을 잘 알고 있다. 최근 전남농협지역본부를 중심으로 시·군 지부와 지역농협들이 합심해 청년 조합원수 늘리기에 나서기로 한 것도 이같은 현실 진단에 기반한 것이다. 하지만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청년층 유입을 위해서는 안정적인 농업소득 보장 외에도 복지·문화·교육 등 지역사회 인프라도 함께 갖춰져야 하기 때문이다. 농협의 힘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세계 각국이 국경을 폐쇄하는 등 국제무역이 막히면서 그 어느 때보다 식량안보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농민수 감소가 비단 농촌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뜻이다. ‘농자천하지대본’은 지난 시대의 낡은 경구가 아니다.

이상희 (전국사회부 차장) montes@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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