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직불금과 농업의 공익성

입력 : 2021-04-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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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공익직불금 신청이 시작된 이후 농민들의 불만 섞인 전화를 하루에도 여러 차례 받는다. 모두 공익직불금을 신청하러 읍·면 사무소에 갔지만 자격 요건이 안돼 빈손으로 집에 돌아온 농민들이다. 담당자는 ‘법이 그러하다’는 말만 반복하는데, 평생 농사를 지은 자신들을 배제하는 법을 당최 이해하기 어렵다는 하소연이 대부분이다.

문제가 된 자격 요건은 과거 직불금 수령 이력에 관한 것이다. 현행법상 공익직불금을 신청하려면 ‘2017∼2019년 중 기존 쌀·밭·조건불리 직불금을 한번이라도 받았던 농지’여야 한다. 하지만 지난해 처음 시행된 공익직불제의 자격 요건에 과거 직불금 수령 이력이 추가될 것이라고 예상한 농민들은 극히 드물었을 것이다. 그렇기에 농사를 지으면서도 저마다 다른 사연으로 이 3년 동안 직불금을 받지 않은 농민들이 꽤 많다. 지난해 기본형 공익직불금 지급면적이 112만8000㏊였는데 전체 경지면적(156만5000㏊)과 비교해 거칠게 계산해보면 약 28%(43만7000㏊)는 공익직불금을 받지 못했다.

이처럼 농민들의 불만이 터져나오는데도 농림축산식품부는 여전히 단호하다. 과거 직불금 수령 이력을 자격 요건에 규정해야만 비농민의 부정수급을 막고 예산의 변동성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소요 예산만 약 2조4000억원에 달하는 공익직불제가 제대로 안착되기 위해선 일견 당연해보이는 방침이다. 과거 직불제 체계보다 예산이 대폭 늘어난 만큼 진짜 농민들에게 제대로 지원한다는 것을 비농업계에 보여줄 필요가 있다.

하지만 고정된 예산을 이유로 대상자를 늘리기 어렵다는 태도는 이해하기 힘들다. 농식품부는 ‘2020∼2024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라 공익직불제 예산이 매년 2조4000억원으로 동결돼 있다는 점을 이유로 든다. 하지만 재정당국이 농업예산 확충에 소극적인 상황에서 농식품부마저 이 기조를 그대로 따라 공익직불제를 소극적으로 운용하는 데 대한 아쉬움이 크다.

무엇보다 공익직불제는 농업·농촌의 공익적 가치를 재조명하자는 취지로 설계됐다. 지금 농업·농촌을 지키는 농민들을 지원하는 데 의미가 있지 과거 활동을 보상해주는 차원에서 보조금을 지급하는 제도가 아니다.

정부는 지난해 공익직불금을 받은 농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90% 가까이 이 제도에 만족한다고 답했다고 홍보한다. 하지만 지급 대상조차 되지 못한 농민에 대한 구제책은 공백 상태다. 선한 의도로 추진한 정책이 모두에게 좋은 결과만을 가져오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공익직불제가 놓친 것들을 다시 점검해볼 때다.
 

오은정 (정경부 기자) onjung@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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