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축산농가들의 이유 있는 항변

입력 : 2021-04-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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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교육청의 ‘그린급식의 날’ 계획을 놓고 축산농가들의 심기가 영 편치 않다. 그린급식의 날은 시내 전체 학교에서 매달 2번 채식급식을 의무화하는 것이 골자다. 얼핏 축산물 소비축소를 우려한 축산농가들의 반발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현장 반응은 이와는 결이 조금 다르다. 실리의 문제를 넘어 자존심문제로 인식하는 축산농가들이 많다.

축산농가들이 가장 언짢아하는 대목은 제도 도입의 배경이다. 시교육청은 8일 보도자료를 통해 “지나친 육식 위주 식습관이 기후위기의 주요한 원인이며, 육식 섭취를 줄이는 식습관을 실천하는 급식문화 조성을 위해 채식급식을 실시한다”고 설명했다.

축산농가들은 “정확한 근거 제시도 없이 이렇게 축산업을 기후위기의 주범으로 매도해도 되는 것이냐”며 발끈하고 있다. 학교에서 이같은 교육이 이뤄지면 기후위기의 주원인이 축산업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학생들에게 심어줄 수 있다는 게 축산농가들의 걱정이다. 나아가 사회 전반에 축산혐오 분위기를 조장해 축산업 전체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점도 우려한다.

실제 환경부가 지난해 발표한 ‘분야별 국내 온실가스 배출 비중’에 따르면, 에너지(86.9%)와 산업공정(7.8%)이 2018년 기준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7억2760만t)의 90%가 넘는다. 축산분야에서 발생한 온실가스는 1.3%(940만t)밖에 되지 않는다.

해외조사에서도 결과가 크게 다르지 않다. 미국환경보호청(EPA)의 2016년 발표자료에 따르면 미국 축산분야의 온실가스 배출 규모는 전체 배출 규모의 3.9%에 불과했다.

축산농가들은 축산업이 자연환경 개선에 기여하는 장점도 상당하다고 호소한다.

소는 볏짚·밀짚·콩대·옥수수대 등 사람이 먹지 않는 농업부산물을 섭취한다. 소화 과정을 거쳐 배출된 분뇨는 다시 퇴비로 자원화돼 농산물 생산에 활용된다. 농업부산물을 별도로 처리하면 더 많은 온실가스와 사회적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최근 축산업계에선 탄소중립화를 위한 사업이 다양하게 시도되고 있다. 가축분뇨에서 발생하는 바이오가스나 고체연료를 활용한 발전시설 개발 등이 대표적이다. 생산자단체들도 연구용역 등을 통해 탄소 저감방안을 고심 중이다.

어릴 때 교육은 평생 뇌리에 깊이 새겨질 수 있다. 학생들에게 육식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심어줄 수 있는 교육이 걱정되는 이유다. 학생들에게 농산물의 영양과 가치를 교육하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다. 그렇다고 육식의 필요성과 축산업의 공익적 기능에 대한 교육을 소홀히 하는 건 문제가 있다.

박하늘 (산업부 기자) sky@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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