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충북 대학생 농활, 일손해갈 마중물 되길

입력 : 2021-04-14 00:00

01010101901.20210414.900019481.05.jpg

지난달 현장에서 만난 시설하우스 농가 윤모씨는 겨울에 들인 외국인 근로자 부부가 야반도주했다며 하소연했다. 윤모씨는 “모종을 아주심기(정식)한 이튿날 월급을 받고 바로 내뺐다”며 배신감에 눈시울까지 붉혔다. 부추농가 김모씨도 한숨을 내쉬었다. 부추작업 특성상 숙련된 일손이 필요한데, 고용허가제로 들어온 외국인들을 쓰고 싶어도 4대 사회보험이며 강화된 숙소 규정 때문에 엄두가 안 난다고 했다.

그렇잖아도 일손 가뭄에 시달리는 농촌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대재앙이다. 법무부에 따르면 올 상반기 37개 지방자치단체에 4406명의 농업분야 계절근로자가 배정됐다. 계절근로자제도란 농번기 일손난을 해결하고자 외국인 근로자가 단기간(3∼5개월)에 지정된 농가에서 일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제도다. 하지만 지난해에 이어 지금까진 단 한명도 입국하지 못하고 있는 안타까운 상황이다.

이처럼 심각한 농촌 일손난을 타개하고자 2월3일 충북도와 충북농협지역본부 등이 ‘도내 대학생 농촌인력지원 업무협약’을 맺었다. 대학생 농촌봉사활동을 대대적으로 유치하기 위한 첫걸음이었다. 이 협약은 대학생 사회봉사학점 취득과 농활을 연계한 전국 첫번째 사례로 주목받았다. 충북대학교·유원대학교·청주대학교 등 도내 11개 대학교가 동참했고, 그동안 각 기관은 대학생 농활대를 모집하고자 활발한 홍보활동도 펼쳤다.

4월 본격 영농철이 도래하면서 그간의 노력이 농촌 들판에서 희망의 새싹을 틔우기 시작했다. 1일 건국대학교 글로벌캠퍼스 학생 30여명은 충주시 단월동 복숭아농원에서 꽃봉오리솎기 작업을 도왔다. 유원대학교 학생 10여명도 6일 영동군 양강면과 심천면의 복숭아·딸기 농원에서 구슬땀을 흘렸다. 8일엔 우석대학교 학생 20여명이 진천군 진천읍 수박농원으로 달려갔다. 수박줄기 새순 제거와 폐비닐 수거작업을 도운 학생들은 “우리농산물의 소중함과 농업의 가치를 느낀 뜻깊은 시간”이라고 입을 모았다.

충북에서 서서히 타오른 ‘대학생 농활’의 불길은 타 지역에도 조금씩 옮겨붙는 듯하다. 강원농협지역본부도 지역 내 대학생들과 함께 농촌사랑봉사단인 ‘바지런 봉사대’를 발족시켰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대학생 농활’ 인력이 가물 대로 가문 농촌 들녘 일손에 단비 역할을 하기엔 턱없이 부족할 수도 있다. 그러나 땅속 깊은 곳의 물을 끌어올리려면 반드시 마중물이 필요하다. 물 한바가지를 붓고 열심히 펌프질을 하다보면 어느새 물이 콸콸 쏟아진다. 그 적은 양의 물은 많은 물을 끌어오는 힘을 가지고 있다. 충북에서 시작된 농활이 마중물이 돼 전국 대학생들이 ‘마른 논을 적시는 샘물’을 콸콸 끌어올려주길 기대해본다.

유재경 (전국사회부 선임기자) jaeka@nongmin.com
 

ⓒ 농민신문 & nongmin.com, 무단 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게시판 관리기준?
게시판 관리기준?
비방, 욕설, 광고글이나 허위 또는 저속한 내용 등은 사전 통보 없이 삭제되거나 댓글 작성이 금지될 수 있습니다.
농민신문 및 소셜계정으로 댓글을 작성하세요.
0 /200자 등록하기

기획·연재

많이 본 기사

최신기사

맨 위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