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기사로 설명하기 어려워진 보이스피싱

입력 : 2021-04-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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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친구가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를 당할 뻔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친구는 KT 직원이라는 한 남성으로부터 “고객님은 장기고객이어서 최신 스마트폰을 반값에 구매할 수 있다”는 전화를 받았다. 이 남성은 본인 확인이 필요하다며 개인정보를 요구한 뒤 KT에서 다시 연락이 갈 것이라고 했다. 통화 후 이상함을 느낀 친구는 인터넷 검색을 해보고 나서야 이것이 최근 유행하는 보이스피싱 수법이라는 것을 알았다.

20대 친구조차 보이스피싱 위험에 노출됐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새삼 보이스피싱의 위험성을 느꼈다. 친구 사례를 토대로 최신 보이스피싱 수법을 설명하는 기사 아이템을 발제했다. 하지만 최근 발생하는 보이스피싱의 수법을 기사에 온전히 담지 못했다. 수법이 너무 복잡하고 어려워 한정된 지면에 담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기사로 설명하기 어려웠던 이유 중 하나는 최근의 보이스피싱 수법이 여러단계를 거치기 때문이다. 우선 컴퓨터나 스마트폰에 원격조종이 가능한 애플리케이션(앱)이나 악성코드를 설치한다. 그 뒤 이와 별개로 갖은 수단을 동원해 개인정보를 빼낸다. 사기단은 이렇게 알아낸 개인정보로 새로운 금융계좌를 만든다. 이 계좌로 기존 예금을 이체해 돈을 빼간다. 간혹 신규 대출을 받아 탈취하기도 한다. 이렇게 복잡한 보이스피싱 수법은 가짜 은행 홈페이지를 조작하거나, 사원증까지 제시하며 금융회사·통신회사 직원을 사칭하는 등 다양한 형태로 발생하고 있다. 온라인 영업을 위해 계좌번호와 전화번호를 동시에 공개하는 자영업자들은 이들의 주요 타깃이다.

특히 기성세대는 이런 유형의 보이스피싱에 더욱 취약하다. 평소에도 자녀나 지인에게 자신의 개인정보를 알려주며 홈페이지 회원가입이나 비대면 결제를 부탁하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그렇다보니 “엄마, ○○에 가입하게 신분증 사진 좀 보내줘”라며 자녀로 속이는 보이스피싱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보이스피싱 사기단은 지금도 끊임없이 새로운 수법을 개발한다. 하지만 금융당국과 금융회사들이 보이스피싱 피해를 막기 위해 홍보하는 방법은 여전히 “금융감독원이나 금융회사 직원 사칭에 주의하세요” 정도에 그치고 있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을 이용해 단기간 여러번 자금을 이체하는 행위를 감지하는 앱도 나왔다. 하지만 뛰는 사람 위에 나는 사람 있듯이 이를 막는 악성코드도 있다. 특단의 방법이 없으면 내년에는 더 어려운 수법의 보이스피싱 사례를 소개하기 위해 또 기사를 쓰고 있을 것이다.

정단비 (정경부 기자)welcomerain@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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