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야반도주 외국인 근로자 강력 단속을

입력 : 2021-03-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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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분야에서 외국인 근로자는 ‘보물단지’다. 내국인들이 꺼리는 농사일을 묵묵히 하고 있다. 좋든 싫든 합법이든 불법이든, 외국인 근로자 없이 한국 농업이 제대로 굴러갈 수 없게 된 지 오래다.

하지만 최근 농업 현장에서는 외국인 근로자가 ‘애물단지’로 전락했다는 말이 심심치 않게 들린다. 말 한마디 없이 농장을 떠나는 ‘야반도주’가 횡행하는 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한껏 높아진 몸값을 무기로 한 ‘을질’도 극성을 부리고 있어서다. 특히 야반도주는 농가 입장에서 하루아침에 일손이 끊긴다는 점에서 ‘마른하늘에 날벼락’이 아닐 수 없다.

외국인 근로자의 야반도주는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정부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농업분야에서만 8000여명이 야반도주를 통해 사업장을 무단 이탈했다. 최근 들어서는 더 늘고 있는 상황이다. 코로나19로 외국인 근로자가 크게 부족해진 데다, 과일 인공수분이나 양파·마늘 수확작업 등으로 인력이 많이 필요한 농번기를 앞두고 있어서다.

최근 충남 논산에서 만난 딸기농가 A씨는 치를 떨었다. 그는 “새벽 2시에 농장 앞 폐쇄회로텔레비전(CCTV)을 보니 웬 차량 한대가 왔다 갔다 하길래 뭔가 했는데, 아침에 보니 부부 외국인 근로자가 없어졌더라”며 “7년간이나 데리고 일하던 사람들이라 배신감이 이루 말할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서운한 감정도 잠시. 당장 수확해야 할 딸기를 생각하니 걱정이 태산이라고 그는 하소연했다. 인근 농장에서만 최근 10여명이 사라졌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인근의 B씨도 외국인 근로자 4명 가운데 2명이 갑자기 사라지는 일을 겪었다. B씨는 결국 밭 일부를 갈아엎었다.

농장을 도망 나온 외국인 근로자가 인력중개업체를 통해 일을 다니면 일당으로 9만∼10만원은 받는다고 한다. 최저임금 수준을 받는 기존 농장보다 2배가량 더 버는 셈이다.

외국인 근로자가 머나먼 타국인 한국에 온 이유는 ‘돈’을 벌기 위해서다. 한푼이라도 더 벌려는 그들의 심정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야반도주는 소탐대실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농장에서 무단으로 나오는 순간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떨어지기 때문이다. 재입국 특례(성실근로자)는 물론이고 한국에서 계속 거주할 수 있는 숙련근로자(E-7-4 비자)가 되는 길도 막힌다.

정부는 이 문제에 뒷짐만 지고 있어서는 안된다. 야반도주 피해를 당한 농가들은 “야반도주한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단속을 대폭 강화해달라”고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서륜 (전국사회부 차장) seolyoon@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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