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사회적농업 확대, 농식품부만의 일 아니다

입력 : 2021-03-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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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본 사회적 농업의 가치는 작지 않았다. 지난해말 전북 완주의 한 사회적 농장을 방문했을 때 양손에 양파 모종과 호미를 쥔 치매 어르신들의 얼굴엔 웃음기가 가득했다. “안에서 그림이나 그리다가 밖에 나오니 좋네” 하는 소리가 농장 여기저기서 났다. 최근 함께하는사회적협동조합은 ‘사회적 농업이 정신질환자의 정신건강 개선에 도움이 된다’는 보고서를 냈는데, 사회적 농장을 직접 본 덕분에 쉽게 수긍이 갔다. 당시 일주일에 한두번 농장에 나와 농산물을 재배한다는 장애인들은 “직접 키운 농산물을 판매할 땐 전에 없던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어디 이뿐인가. 보고서 작성을 총괄한 고영 함께하는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은 “지역사회 구성원들이 돌봄에 직접 참여하고 취약계층과 상호작용을 하면서 지역사회 전체가 튼튼해진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사회적 농업이 지닌 가능성일 뿐, 현실은 그리 화려하지 않다. 한 전문가는 “취약계층을 고용한 농가는 능률이 떨어질 것이고, 돌봄서비스까지 제공하려니 수익도 줄 수밖에 없다”면서 “지금은 뜻이 있는 농가나 사회적 경제조직의 희생을 통해 사회적 농장이 운영되는 형편”이라고 전했다. 국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하지만 정부의 관심은 미미하다. 농림축산식품부에서도 푸드플랜과 로컬푸드 등 굵직한 농정업무를 소관하는 농촌사회복지과가, 그 안에서도 기획계가 사회적 농업에 관한 정책을 담당할 뿐이다.

반면 선진국에선 사회적 농업이 농정을 넘어 국가 보건복지정책 차원에서 다뤄진다. 네덜란드에서는 사회적 농장이 노인주간보호센터 역할을 한다. 돌봄이 필요한 어르신이 농장을 찾아 체험도 하고 자연도 즐기는 것이다. 이탈리아는 1978년 공공 정신병원의 신규 입원을 금지한 ‘바실리아법’이 제정된 이래 정신질환자 돌봄 역할을 지역사회가 맡고 있다. 특히 농촌의 사회적협동조합은 정신질환자를 고용하거나 농업자원을 활용해 돌봄·고용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들 선진국도 이같은 성과를 단기간에 낸 건 아니다. 네덜란드만 해도 사회적 농업이 국가 보건복지제도와 결합하기까지 20년 이상 걸렸다. 우리나라는 이제 사회적 농업에 대한 개념이 막 퍼지기 시작한 단계다. 긍정적인 조짐도 있다. 보건복지부는 ‘제2차 정신건강복지기본계획(2021∼2025년)’에서 정신질환자의 안정적 주거와 일자리를 보장하기 위한 한 방편으로 사회적 농장 확대를 제시했다. 이를 시작으로 사회적 농업이 국가 보건복지제도와 더욱 긴밀하게 연결되길 기대해본다.

양석훈 (정경부 기자) shakun@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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