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6차산업 가로막는 한전

입력 : 2021-02-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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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743만원에 불과했던 가구당 농외소득은 2019년 1732만원으로 2.3배 늘었다. 농가소득은 2000년 2307만원에서 2019년 4118만원으로 비슷한 수준으로 증가했다. 20년 동안 가구당 농업소득은 늘기는커녕 오히려 감소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농외소득이 농가소득의 든든한 지지대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농외소득이 이만큼 늘어날 수 있었던 데는 6차산업 정책이 꽤 큰 역할을 했다. 작물재배에만 기대 생계를 잇기 어려웠던 농민들은 6차산업을 통해 농업에 계속 종사할 수 있었다.

이러한 6차산업에 갑자기 빨간불이 켜졌다. 대법원이 한국전력공사가 충남의 한 영농조합법인을 상대로 제기한 민사소송에서 화훼재배시설의 일부를 개방해 관람용으로 수익을 낸다면 농사용 전기요금보다 단가가 2.7배 비싼 일반용 전기요금을 내야 한다는 판결을 최근 내리면서다. 6차산업이 역으로 생산비 부담을 가중시키면 농민들은 6차산업을 포기할 가능성이 크다.

이번 판결은 우리 농업이 처한 현실을 철저하게 외면한 결과다. 순수하게 작물을 재배해 판매하는 활동만으로는 생산비를 건질 수 없어 나온 해법이 바로 6차산업인데 한전이 여기에 찬물을 끼얹은 것이다. 6차산업이 농업을 지속하기 위한 하나의 방안이라는 점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더 큰 문제는 한전의 이러한 행보가 여기서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한전은 전기요금을 현실화하겠다면서 판매단가가 가장 낮다는 이유로 농사용 전기요금을 전기요금의 체계를 망가뜨린 주범처럼 취급해왔다. 농사용 전기요금이 너무 낮아 산업용·일반용 등 다른 용도 전기와의 형평성문제가 대두된다고 지적했다.

한전은 농업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고 할 수밖에 없다. 국가가 농업분야만 따로 전기요금 체계를 마련한 것은 영세한 우리 농업을 보호하기 위해서였는데 작금의 농업이 농사용 전기요금을 제정할 당시보다 형편이 나아졌다고 볼 수 있을까. 다른 산업과의 형평성을 운운하기에는 2000년대 이후 체결한 수많은 무역협정으로 다른 산업이 국내 농업에 진 빚이 훨씬 크다는 점을 잊어선 안된다.

농업을 모르는 한전이 전기요금 현실화라는 이유로 앞으로 얼마나 더 농업을 옥죌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번 사건을 두고 한 농업계 관계자는 ‘6차산업이 농업이라는 것을 제대로 이해하는 정부기관은 농림축산식품부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전기요금 이슈에 있어서 농업분야의 피해를 줄이려면 결국 농업을 제대로 아는 농식품부가 나서야 한다.

오은정 (정경부 기자) onjung@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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