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

입력 : 2021-02-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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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의 비행은 쉽지 않다. 몸체를 띄우기 위해선 땅과 수직으로 작용하는 양력(楊力)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선 양쪽 날개를 돔 형태로 만들어 위아래로 일정한 운동을 해야 한다. 특히 어려운 것은 이륙이다. 몸집이 큰 독수리과 새의 경우 이륙할 때 전체 비행 날갯짓의 75%가 이뤄지며, 에너지의 21%가 소모된다. 한쪽 날개만으로는 아무리 많은 힘을 들여도 날 수 없다.

과수 화상병이 발생한 지 햇수로 6년이 지났다. 2015년 경기 안성에서 처음으로 확인된 화상병은 급속도로 국내 확산이 늘어나 지난해 발생 규모는 744농가, 394.4㏊에 이른다. 충북 충주시 산척면은 과원 147곳 중 146곳이 화상병으로 폐원했을 정도다. 말 그대로 한 지역의 ‘초토화’다.

이제 남은 화상병 미발생지역은 사과 주산지인 경상도를 포함해 전남·제주뿐이다. 화상병 치료약제는 아직까지 개발되지 않았다. ‘과수계의 구제역’으로 불리는 이 병에 걸리면 과수나무는 결국 고사하고 만다.

새의 비행에서 이륙이 중요하듯, 화상병에서도 영농 초기의 대응이 중요하다.

전문가들은 겨울철에 병원균의 월동처가 되는 궤양 제거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한다. 세균의 특성상 단 한마리만 살아남아도 적정 온습도가 조성되면 폭발적으로 그 수가 늘어나기 때문에 애초에 발붙일 곳을 없애야 한다는 지적이다.

실제 화상병 다발생지역인 충북의 발생농가를 전수조사한 결과, 절반이 넘는 55%에서 궤양이 발견된 것으로 나타났다. ‘세균 집’인 궤양만 제거했어도 세균의 밀도가 훨씬 낮아졌을 것이고, 자식처럼 키운 과수나무를 묻는 농가도 줄어들었을 것이다.

겨울철 빠른 궤양 제거를 강조하는 이유는 또 있다.

겨울철의 궤양 제거와 함께 가지치기(전정)를 실시하면 화상병이 확산될 위험이 현격히 감소하기 때문이다. 수액이 이동하기 시작하는 3월에 전정을 실시하면 화상병의 감염 위험도 덩달아 증가한다. 충북도농업기술원의 ‘2020년 과수 화상병 백서’에 의하면 화상병 발생농가의 3분의 1은 3월 이후에 전정을 실시해 감염 위험에 노출돼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농촌진흥청의 방제 대책·지원도 중요하다. 그러나 나머지 한쪽 날개인 농가의 실천이 없으면 백약이 무효할 따름이다.

이 땅의 ‘과수산업’이라는 새가 화상병이라는 사지(死地)에서 탈출하기 위해선 양쪽 날개가 필요하다. 한쪽의 노력만으로는 언제나 고꾸라질 수밖에 없다. 모두의 노력이 절실한 이유다.
 

김서진 (산업부 기자) dazzle@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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