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개구리 잡는 친환경농업

입력 : 2021-01-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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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농상추를 재배하는 40대 농민 A씨는 지난해 절망적인 상황을 맞았다. 농약을 치지 않고 농사를 지었는데 인증기관 심사에서 농약이 나왔다. A씨에게 밭을 빌린 농민이 4년 전 딸기농사에 썼던 농약이었다. 결과는 유기농인증 취소. 납품하던 법인에 상품을 낼 수 없게 됐다. 땅이 언제 회복될지 알 수 없어 유기농을 계속하려면 다른 땅을 알아봐야 할 처지에 몰렸다.

#유기농쌀로 이름난 한 친환경단지에선 2년 전부터 드론으로 방제를 시작했다. 화학농약 대신 정부가 목록공시한 유기농자재를 사용하는 것이어서 친환경인증을 받는 데는 지장이 없다. 하지만 생물농약도 독성이 있다보니 개구리들이 떼죽음을 당하는 사태가 생겼다. 일부 농민이 “생태에 충격을 주는 방제”라며 반발했다. 그래도 “농사가 편하고 법에 어긋날 게 없다”는 반응이 많아 드론은 계속 뜰 분위기다.

#농촌에서 나고 자란 지인이 말했다. “다들 친환경 친환경 하는데, 사실 비닐 없이 불가능한 게 친환경농사예요. 하우스비닐·멀칭비닐 폐기물을 땅에 묻거나 태우는 일도 많아요. 이걸 친환경이라 할 수 있을지….”

미래농업의 해법을 공존의 길에서 찾아보자는 신년기획을 준비하며 친환경농업의 현실을 살폈다. 우리나라는 1997년 ‘친환경농업육성법’을 제정해 2001년부터 5년 단위로 ‘친환경농업 육성계획’을 수립·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현장엔 친환경농업의 정체를 회의하게 만드는 사례가 흔하다. 지금 같은 친환경농업이 ‘환경에 도움이 될지’ ‘앞으로도 지속가능할지’를 묻는 이들도 많다. 20년이나 정책을 폈는데 친환경농산물 생산량·생산농가·재배면적이 계속 줄고 농촌환경이 딱히 개선되지 않는 건 왜일까.

친환경농업 정책이 인증에 초점을 맞추면서 농가를 시장으로 내몬 결과라는 분석이 설득력 있게 들렸다. 친환경농업은 관행농업보다 비용이 더 든다. 농민들은 친환경농산물을 높은 값에 팔아 그 비용을 만회해야 한다. 하지만 소비자가 구매하는 건 환경이 아닌 상품이기에, 친환경농산물의 가치는 안전이나 건강에 방점이 찍힌다. 농민들로서는 친환경농업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보다 최종 소비단계에서의 안전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 구조다. 취재 중에 만난 전문가는 이를 빗대 ‘친환경농업’이 아니라 ‘친인체농업’이라고 표현했다.

기후위기 시대에 친환경·저탄소 농업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021년은 ‘제5차 친환경농업 육성 5개년 계획’을 추진할 첫해이기도 하다. 친환경농업을 바로잡을 기회다. 친환경농업으로 생성되는 공익적 가치는 국민이 함께 누린다. 시장 보상이 아닌 국가 보상을 강화해야 사람도 살고 개구리도 산다.

홍경진 (정경부 차장) hongkj@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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