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얼마나 더 많은 나무가 죽어야 하나

입력 : 2020-11-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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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초만 해도 이럴 줄 몰랐다. 1년 내내 마스크를 쓰고 다녀야 할 것이라고는 말이다. 전세계가 감염병의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각종 경제지표는 곤두박질치고, 내 옆의 사람을 잠재적인 감염원으로 의심하며 두려워해야 하는 ‘감염병의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는 감히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 사이 질병관리본부는 질병관리청으로 승격됐다. 감염병 확산에 대한 공포와 함께 질병 통제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뼈저리게 느끼는 경험을 우리 국민 모두가 같이했기 때문일 터다.

최근엔 조류인플루엔자(AI)·아프리카돼지열병(ASF) 등을 상시 감시하며 질병이 발생했을 때 사후처리 등을 전담하는 기구인 ‘야생동물질병관리원’이 출범했다. 동물질병과 동물 유래 감염병의 관리·감독을 하게 될 기구다. 하지만 이같은 관심은 식량안보와 직결되는 식물질병을 관리할 수 있는 체계가 얼마나 허술한지 새삼 돌아보게 만든다. 우리나라에는 현재 식물질병에 대응할 수 있는 중앙통제기구 자체가 없다. 과수 화상병처럼 국내 과수산업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감염병이 대규모 확산해도 연구기관인 농촌진흥청이 관리·감독의 제반업무를 담당하는 실정이다. 새로 유입되거나 갑작스레 확산하는 병해충이 생길 때마다 ‘언 발에 오줌 누기’ 식으로 대처하는 모양새다.

심지어 농진청이나 농림축산검역본부와 같이 누구보다 식물병해충에 관한 전문가가 있어야 하는 조직에도 관련 인력은 턱없이 부족하다. 한 식물병리학 교수의 노골적인 표현을 빌리면 ‘각 기관에 전문성 있는 식물병해충 담당자는 손에 꼽는 수준’이다. 책임을 가지고 식물병해충을 관리하고 통제하는 기구가 없는 데다 전문인력조차 부족하니 ‘확산을 막기엔 역부족’이라는 목소리가 나올 법도 하다.

국제연합(UN)은 2020년을 ‘식물 건강의 해(International Year of Plant Health)’로 지정했다. 식물 건강이 식량안보를 위해 필수적이며 반드시 지켜내야 할 것임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2003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을 겪으며 생긴 질병관리본부가 청으로 승격되는 데는 17년의 세월이 필요했다. 그동안 우리는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공포를 맛봤다.

식물병해충 확산을 막으려면 강력한 중앙통제기구 설립과 전문가 확충이 필요하다는 공감대는 형성돼 있다. 문제는 실행이다. 공감이 실현되기까진 얼마나 더 많은 나무가 죽어야 할까.

김다정 (산업부 기자) kimdj@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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