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감히 청년농 되기 쉽지 않은 현실

입력 : 2020-09-16 00:00

28세, 10억원.

취재 과정에서 만난 한 청년농의 나이와 연매출이다. 소위 잘나가는 전문직과 비교해도 적지 않은 매출이다. 하지만 이런 청년 창업농은 흔치 않다. 청년농 자체가 워낙 적고 성공하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젊은 나이에 성공했다는 청년농은 대부분 창업농이 아닌 승계농이다.

기자가 만난 성공한 청년농들도 대부분 승계농이었다. 건실한 청년으로 소문이 자자한 20대 젖소농장 대표는 부모님과 함께 협농을 하며 연매출 15억원을 내고 있었다. 연매출 28억원의 버섯농장에 자신의 미래를 바쳐 일하던 30대도 알고보니 농장 대표의 아들이었다. 이처럼 농촌에도 ‘금수저론’이 적용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지난해 발표된 한국농수산대학 졸업생 4353명의 경영형태별 농가소득을 분석한 자료를 보면 승계농은 연간 평균 소득이 1억1934만원이었지만 창업농은 3730만원에 그쳤다.

승계농의 소득이 많다는 걸 문제 삼자는 것은 결코 아니다. 승계농 육성 역시 중요하다. 다만 승계농이 드문 상황에서 청년을 농촌의 미래가 아닌 현재로 만들려면 청년 창업농을 적극적으로 육성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걸 강조하고 싶다.

맨몸으로 농업에 뛰어든 청년농의 현실은 열악하다. 도시 청년들은 ‘청년수당’을 통해 취업준비생일 때는 6개월간 월 50만원을 지원받을 수 있다. 취업하면 최저임금으로 월 180만원과 4대 보험 가입이 보장된다. 중소·중견 기업에 취업한 청년이라면 ‘청년내일채움공제’를 통해 2년 동안 300만원만 내고 1600만원의 목돈을 손에 쥘 수 있다.

반면에 청년농이 받을 수 있는 혜택은 도시보다 촘촘하지 못하다. ‘청년창업농 영농정착 지원사업’에 선정되면 영농정착지원금으로 1년차에 월 100만원, 2년차에 월 90만원, 3년차에 월 80만원을 받을 수 있다. 괜찮은 조건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농업의 특성상 3년 안에 수익을 내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게다가 대부분 빚으로 시작한 청년농에겐 단 한번의 실패도 용납되지 않는다. 설령 농촌에 정착해 농사로 수익을 낸다 해도 손에 쥐는 돈은 많지 않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농가소득은 도시가구소득의 62% 수준에 그쳤다. 감히 청년농이 되겠다고 마음먹기가 쉽지 않은 현실이다.

청년농에게 도시에서 최저임금을 받고 사는 것보다 나은 현실을 만들어줄 수 있을까. 농업이 말뿐인 ‘오래된 미래’가 아닌 ‘우리의 미래’가 되려면 물려받을 농장이 없는 청년도 감히 청년농에 도전할 수 있는 촘촘한 그물망을 정책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정단비(정경부 기자) welcomerain@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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