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언제까지 싸우기만 할 것인가

입력 : 2020-09-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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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사사건건 갈등만 빚는지 이해가 안 갑니다. 사전에 협의하면 어렵지 않게 풀릴 문제인데….”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 경매방식 변경을 둘러싼 갈등이 고조되는 것에 대한 상당수 전문가의 반응이다. 해당 사안의 찬반을 떠나 매번 똑같은 양상으로 시장 주체간 갈등이 빚어진다고 쓴소리를 하는 사람이 대다수였다. 시장 개설자인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는 정책을 펼칠 때마다 의견 수렴보다는 ‘밀어붙이기’에 몰두한 지 오래고, 도매시장법인들은 자신들의 이익이 조금이라도 침해된다고 여겨지면 일단 반대부터 외친다는 게 비판의 핵심이다.

실제로 공사는 이달부터 경매방식 변경을 추진하면서 도매시장법인들의 반대의사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무작정 시행일을 통보하고서 따르라는 강압적인 태도였다. 도매시장법인들이 시행을 거부하자 그제야 경매건수 가운데 30% 이상이 3초 이내에 낙찰된다는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어떤 문제의식에서 경매방식 변경을 추진했는지가 뒤늦게 설명된 셈이다.

도매시장법인도 갈등을 키웠다. 대안을 제시하기보다 강행하면 행정소송도 불사하겠다는 이야기부터 꺼냈다. 강대강으로 맞서기만 한 것이다.

이러한 양측의 태도는 오래된 불신 때문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공사와 도매시장법인이 십수년째 갈등을 반복하다보니, 서로 믿지 못해 쉽게 풀릴 문제조차도 자꾸 꼬이게 한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사실 내부에서도 위기감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싸우기만 하다가 경쟁력이 날로 퇴보하고 있다는 반성도 적지 않다. 물류 개선이 지지부진한 게 대표적이다. 이대로 가다간 시설 현대화가 완료돼도 겉만 그럴 듯할 뿐 하역노조원들이 손으로 농산물을 옮기는 물류방식이 바뀌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이미 산지와 소비지가 대규모 농산물을 온라인에서 거래하는 시대다. 전근대적인 물류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가락시장의 기능 축소가 불가피하다. 그땐 공사도, 도매시장법인도 설 자리가 없다.

더 늦기 전에 머리를 맞대야 한다. 시장 개설자는 도매시장 내 갈등을 조율해 농산물 유통을 차질 없도록 하는 게 가장 중요한 역할이다. 공사가 지금처럼 소모적인 논쟁만 불러일으켜선 제 역할에 역행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도매시장법인도 마찬가지다. 늘 출하자의 이익을 앞세우지만, 정작 출하자들은 도매시장법인이 수익 추구에만 몰두한다고 날을 세우고 있다. 그런데도 언제까지 싸우기만 할 것인가.

박현진 (산업부 기자) jin@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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